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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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었지만… 물가·세금 걱정에 지갑 닫는다 [세종PICK]

서울 종로구 관철동 일대 식당가 모습. 연합뉴스

지난 1분기 소득은 역대급으로 늘었는데, 정작 가계 소비지출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돈을 쓰긴 했는데, 1년 전보다 더 쓴 돈의 상당부분을 급등한 세금과 물가에 썼다. 지난해 한달에 100만원을 쓰던 사람이 올해에는 106만원을 썼지만, 실제 소비내역은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다. 대신 가계는 저축을 늘렸다. 이에 따라 가계 흑자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월 평균 가계 소득은 48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1% 늘었다. 같은 기간 소비는 6.2% 늘어 349만6000원을 기록했다.

소득도 늘고 소비도 늘었지만, 세부 상황은 다르다. 소득의 경우 근로소득(10.2%), 사업소득(12.4%), 이전소득(7.9%)이 골고루 늘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 영향을 제거한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비지출은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정용품이나 가사서비스, 식료품 등 지출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식료품의 경우 명목 지출은 0.9%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 영향을 제거하면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도 드러났다. 교통부분 명목 지출은 2.8% 늘었지만, 실질 지출은 6% 감소했다. 운송기구연료비(17.5%)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씀씀이를 늘릴 수 없었던 이유는 비소비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도 컸다. 비소비지출은 각종 세금, 사회보장비 등을 뜻한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96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5% 증가했다. 경상조세가 28.3% 늘었고, 사회보험료 10.3%, 가구간이전지출 8.9% 상승했다. 특히 경상조세는 1분기 기준 2018년(3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6만원으로 늘었다. 1년 전보다 10% 늘어난 액수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가 저축을 하거나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쓸 돈은 늘었지만, 쓰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득 증가 대비 지출이 줄어들면서 가구의 흑자액은 132만9000원으로 21.7% 늘었다. 

흑자액이 늘면서 적자가구 비율은 23.5%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소득 하위 20%의 적자 비율은 57.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명목소득은 늘어난 만큼 소비지출이 늘어나진 않았다”며 “가처분소득도 많이 증가했고, 흑자율도 많이 올라간 점을 고려해보면 지출이 소득에 비해 회복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