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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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이정수·심재철… ‘친문(親文) 검사’의 뒷모습은 [뉴스+]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좌천
'尹 사단' 전면 배치…檢 내부서 평가 엇갈려
이성윤, 이정수, 심재철.(왼쪽부터)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친정권 성향’ 검사로 분류된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0일 이임식을 열고 서초동을 떠났다. 이들은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낸 검찰 인사에서 앞서 한 장관이 밀려났었던 법무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검찰 내부에선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인사에서 소위 ‘윤석열 사단’이 전면 배치된 데 대해 ‘검찰 정상화’, ‘편 가르기’ 등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文정권 황태자’

 

이날 이 고검장은 3인 중 가장 먼저 이임식을 진행했다. 오전 11시 고등검찰청 15층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이임 행사에는 차·부장검사를 비롯한 전 직원이 참석했다. 고검장 이임식은 통상 언론에 공개되지만, 이 고검장은 조용한 이임식을 택했다.

 

이 고검장은 이임사에서 “그동안 고생하고 많이 도와준 서울고검 직원들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는 취지로 인사를 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의 황태자’로 불린 이 고검장은 이전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다. 검사장인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으로 두루 영전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비공개 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고검장은 2020∼2021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때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면서 ‘채널A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이 고검장은 수사에 연루된 다른 인사보다 한 장관과 이동재 전 기자 등을 우선해 수사하도록 관여해 논란이 일었다. 또 수사팀이 한 장관을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고 보고했지만 이를 10번 이상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무마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기도 하다. 지난 13일에는 이 고검장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과정에서 가짜 사건번호를 붙인 걸 알고도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온 상태다.

 

이 고검장은 앞서 사표를 제출했지만 검찰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공무원법 78조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정수 “사람 귀함 알아야…잘 되길”

 

이정수 지검장은 이날 오후 중앙지검 청사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검사와 직원 200여명이 모여 떠나는 이 지검장을 배웅했다.

 

이 지검장은 이임사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은 진행 중”이라며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엄정하면서 겸허한 검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검장은 검수완박 정국에서 직접 ‘중재안 설명회’를 열고 검수완박 폐해를 설명하는 등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 장관이 단행한 인사를 저격하는 듯한 ‘뼈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사람의 귀함을 알고 존중하자. 생각의 다름을 이해하자”며 “역지사지하며 소통하고 화합할 때 우리 주장의 울림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한 장관의 인사를 ‘보복성 인사’로 규정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권에서의 검찰 내부 분열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는 쓴소리로 풀이된다. 이 지검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인사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잘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기념 액자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석열 관련 수사’를 주도했던 이정수 지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뉴스1

이 지검장은 이전 정부에서 핵심 보직을 두루 맡으며 ‘친문(친문재인)’ 검사로 거론됐다. 정권 초기인 2017년 국가정보원에 파견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부장검사로 활동한 데 이어, 추 전 장관 시절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3인자’인 기획조정부장에 발탁됐다. 고교 선배인 박범계 전 법무장관이 단행한 첫 고위 간부 인사에선 검찰국장을 차지했다. 이후 4개월여 만에 전국 최대 검찰청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올랐다.

 

이 지검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 윤 대통령의 가족 비리 관련 사건, 대장동 개발·로비 특혜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지휘했다. 한 장관의 ‘채널A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해 사건 처리를 장기간 미뤘다는 지적도 받지만, 지난달 초 2년여 만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심재철 “권력·검찰 한 몸 된 것 아닌가”

 

심 지검장은 이날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과잉된 정의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검찰은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며 “권력과 검찰이 한몸이 된 것 아닌가 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가능할지 걱정하는 국민들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명분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회복’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심 지검장은 재차 자신의 ‘정의론’을 펼쳤다. 그는 “평소 강조하는 ‘공정한’ 정의, ‘관대한’ 정의를 부탁한다”며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절제된 수사,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심 지검장이 당부한 ‘절제된 수사’는 윤석열 사단 전면 배치로 ‘전 정권 적폐 수사’가 본격화할 가능성에 대한 쓴소리로 읽힌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뉴스1

심 지검장은 지난 정권 검찰 인사에서 잇따라 영전했다. 추 전 장관 인사청문회 언론팀장을 맡으며 ‘추미애 라인’으로 불렸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검찰국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심 지검장은 윤 대통령의 징계에 관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열린 검사징계위원회에 “윤 총장은 측근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위법·부당도 불사하는 사람” 등 윤 대통령을 저격하는 평가를 담은 진술서를 제출해 논란이 됐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엔 한 상갓집에서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에 연루된 조국 전 법무장관을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같은 자리에 있던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에게 “당신이 검사냐”는 항의를 들었다. 양 인권보호관은 이번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돼 심 지검장 후임으로 왔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