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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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검수완박’ 피해는 국민이 보는데

민주당 ‘묻지마식’ 입법 위헌소지
대장동·원전 등 文정권 수사 방패
내용·절차·시기 모두 문제투성이
강행 땐 6·1지방선거서 호된 심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파문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소속 의원 172명 전원의 공동발의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겨졌던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권까지 경찰에 이양하고,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도 박탈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지만 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 전방위적 반발이 만만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 ‘초강수’까지 맞물려 모든 현안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거대 여당이지만 정상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여의치 않다. 캐스팅보트를 쥔 정의당의 협조가 필요하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희대의 악역’을 떠안아야 한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무력화하기 위해 회기를 잘라서 처리하는 ‘꼼수’를 불사하겠단다.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검란’도 목전이라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설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위헌 소송이 이어지는 등 극심한 혼란이 예고돼 있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검수완박이 되면 폭행·폭력 등 강력범죄나 성범죄 사건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도 완전히 사라진다. 경찰의 송치사건 중 ‘잘못된 수사’가 있어도 검찰이 바로잡을 기회가 없다. 국민의 공분을 산 ‘계곡살인’ 사건처럼 경찰 수사가 미진해도 그대로 종결될 것이다. 장애인·아동 피해자를 공익 변호해 온 김예원 변호사의 “서민들이 더 힘들어진다”는 경고는 뼈를 때린다. 대장동 특혜, 월성 원전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 수사도 중단된다. 항의사표를 낸 김오수 검찰총장의 말마따나 거악들이 만세를 부를 것이다.

개정 법안은 내용·절차·시기 모두 문제투성이다. 당장 위헌 지적이 쏟아진다. 대검은 “검사를 영장 청구권자이자 수사 주체로 규정한 헌법에 정면 배치돼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반헌법 폭거’라는 거친 표현까지 썼다. 저명한 헌법학자들의 반대도 잇따른다. 공론화 과정 없이 한 달여 만에 졸속 입법하는 건 절차적 정당성에도 어긋난다.

법안 내용은 날림이다. 수사권을 어디로 넘길지도 정하지 않고 법부터 처리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법안 처리 뒤 3개월 유예기간을 두겠다는데 법을 이렇게 막 다뤄도 되나. 갑자기 비대해진 경찰 권한에 대한 견제 방안도 없는 건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경찰이 중대범죄 수사를 감당할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점도 문제다. 문재인 정권 임기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서두르는 이유가 뭔가. 차기 정부로 넘어가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하니 이 정부 임기 전에 끝내겠다는 것 아닌가. 오죽했으면 ‘야반도주’란 비아냥까지 나올까. 이 정권에서 벌어진 권력비리 수사의 원천 봉쇄를 노린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법안이다. 국민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최근 여론조사도 검수완박 반대가 52.1%로 찬성(38.2%)보다 많았다.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친정권 성향의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제동을 걸고 있지 않나.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은 비대해졌지만 형사사법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경찰이 바뀐 제도에 적응하지 못해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폐해가 많다. 지난해 하반기에 전국 변호사 설문조사에서 82%가 “문제가 많다”고 답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도 없이 경찰에 중대범죄 수사권까지 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20∼30년 간다던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되자 검찰·언론 탓을 하고 있다. 조국·추미애를 앞세운 검찰개혁에 실패해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수모를 벌써 잊었나. 민주당이 떳떳하다면 지금처럼 무리할 이유가 없다. 공청회 등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추진하는 게 옳다. ‘묻지마식’ 입법 강행은 민심의 역풍을 맞아 6·1 지방선거에서 호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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