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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 “경제 성장동력 확보 위해선 ‘정치 리스크’ 빨리 해소해야” [윤석열정부 용산시대]

새 정부에 바란다 ③ 진념 전 경제부총리

정치권 과거에 싸울 때 싸우더라도
경제문제에는 여야 없이 같이 합심

‘퍼펙트 스톰’ 준하는 경제 비상상황
새 정부, 상대 포용하는 리더십 필요

일자리 창출은 전적으로 기업의 몫
규제는 풀어주되 책임경영 하게 해야

AI 등 심화하는 지식정보시대 맞아
교육, 성장 이루는 동력으로 삼아야
진념 전 경제부총리. 뉴시스

“정치가 풀리지 않고서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내외 악재라는 엄중한 경제 상황 속에 출범한 윤석열정부가 인플레이션 등 당면과제를 풀어내는 동시에 정치력을 회복해야 한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전 세계의 경기 침체와 국내 기업의 의욕 저하, 자영업자 위기 등 각종 난제 속에 여야 간 정쟁만 일삼는 현재의 정치 지형이 변하지 않고서는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정부 시절 한국 경제를 이끌며 IMF 외환위기를 수습했던 진 전 부총리는 지난 9일 세계일보와 가진 통화에서 “과거에는 싸울 때 싸우더라도 경제문제에는 여야 없이 같이 합심했다”면서 “여야가 서로 자기 지지 세력만 국민으로 보는 이런 정치를 (새 정부가) 5년 동안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진 전 부총리는 정치권이 다툼만 벌이기엔 현재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파장에 공급 사슬망이 무너져 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경제성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퍼펙트 스톰(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준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대외 위기가 국내로 전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5년간 엄청나게 늘어난 국가채무 문제와 2050년 탄소제로 목표도 불가능하다는 지적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부담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면서 장기 과제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진 전 부총리는 이럴 때일수록 새 정부가 상대방을 포용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갈등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이른바 ‘정치리스크’를 새로운 리더십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쪽에서는 과거 5년 동안 잘했다고만 하고 한쪽은 망했다고만 하면 두 진영 간 접점을 찾기 어려워진다”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자기 지지층만 생각하지 말고 역사의 죄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대승적으로 타협할 것은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엄중한 경제 상황 속에 출범한 윤석열정부에 기대와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5년간 일하는 사람이 성과를 얻는 ‘상식’이 사라졌다고 지적한 진 전 부총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 정부가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열심히, 성실히 일하면 성과도 있고 보람도 있는 건데 ‘나도 돈 쉽게 벌고 가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지난 정부가 공무원을 16만명 이상 늘리고, 성과 효율보다는 단순히 채용 규모를 늘리느냐 마느냐로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등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기본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고 강조한 그는 규제는 풀어주되 기업은 책임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부총리는 “대기업은 투명하게 책임경영을 하겠다고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하고,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관련 규제를 전부 풀어주고 고쳐야 한다”면서 “이런 획기적인 전환을 갖지 않은 채 미래 먹거리를 위한 국제경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체계의 대전환도 화두로 제시했다. 진 전 부총리는 “어려운 분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지원해주는 건 정부의 당연한 책임”이라면서도 “제일 좋은 복지는 생산적인, 일하는 복지”라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업종에서는 고용보험, 실업급여가 다 나오니까 어지간해서는 일자리를 얻지 않고 그냥 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역동성을 죽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부총리는 마지막으로 새 정부가 인재를 키우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화하는 지식정보 시대에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자 등 인력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수월성 교육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면서 “사람이 스타트업도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새 정부가 교육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