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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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오른 6·1 지방선거, 정책 실종·네거티브 횡행 안 된다

오늘부터 31일까지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17개 광역단체장과 226개 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들을 뽑는다. 정당 공천이 없는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와 7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실시된다. 대선에 도전했던 이재명·안철수 등 거물 정치인들까지 나서는 바람에 지방자치제를 구현할 대표를 뽑는 건지 국정 주도권을 쥐려는 승부를 벌이는 건지 헷갈린다. 3·9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이란 말까지 나온다. 지방선거인데 정작 현장에선 ‘지방’이 보이지 않는다니 우려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이다. 투표 없이 당선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가 494명으로 최근 20년 새 가장 많다고 한다. 이 중 전과자가 30%에 달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자질과 공약 검증 기회도 없이 유권자의 투표권이 박탈되는 건 심각한 문제다. 후보자 평균 경쟁률도 1.8대 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가장 낮았던 2014년 2.3대 1을 갈아 치운 것이다. 후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지역발전이 저해되는 것 아닌가. 한 해 82조원에 이르는 지방교육재정을 책임지는 시도 교육감 선거는 사정이 딱할 정도다. 후보 이름과 공약을 알고 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절반이 안 된다고 한다.

두 거대 정당의 정치논리가 지배하다 보니 정책선거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네거티브 공방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기지사를 얻기 위해 ‘이재명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주 오등봉 개발특혜 의혹,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의혹을 특검으로 밝히자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러다 보니 후보자들의 면면이나 지방정책 공약은 뒷전인 ‘깜깜이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일군다는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27년이 지났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중앙정치의 영향력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다고 해도 지방정치의 고유 영역만큼은 살려야 한다.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의 대리전 무대로 전락해선 안 된다. 각 정당과 후보는 지역 밀착 공약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지역에 적합한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대선 때의 ‘소쿠리 투표’ 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