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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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18 정신은 국민통합 주춧돌”, 더 이상 진영 갈등 없어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어제 열린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진, 장관 및 국민의힘 의원 등 100여명이 기념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보수정당 의원 거의 전부가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보수·진보인사들이 제창하는 일도 벌어졌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크고 작은 시비가 발생하는 등 온전한 국가 기념행사로 치러지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상전벽해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 낸 5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며 “5월의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5월의 정신은 지금도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 행위에 강력하게 저항할 것을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며 “책임있게 계승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후손과 나라의 번영을 위한 출발”이라고도 했다.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기로 했던 기존 입장을 우회적으로 재확인한 통합의 메시지다. 이런 과정을 밟아야만 진정한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5·18 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18일을 전후해 광주와 전남 일원에서 이른바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중항쟁으로 5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운동의 성격 규정과 진상 규명, 피해자 보상 및 가해자 단죄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 진영의 갈등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북한군 개입설 등 극우 세력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부화뇌동하거나 악의적으로 5월의 정신을 폄훼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5월 정신 계승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여야가 한데 어우러져 치른 어제 기념식이 일회성 이벤트가 돼선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그러려면 국민의힘은 5월 정신을 폄훼하는 세력과 단절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5·18을 전유물처럼 여겨선 곤란하다. 당장 여권의 ‘광주행’을 6·1 지방선거와 결부해 유·불리를 따지는 행태부터 지양해야 한다. 각종 5·18 단체의 일원화와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 화합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정치권이 정리해 주는 것도 5월의 정신을 계승하는 ‘큰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