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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설계, 에너지 생산성 5배 증대… 기후변화에도 대응 가능” [2022 세계에너지포럼]

기조연설·축사

유리창에 특수필름 넣어 단열효과
혁신기술 아닌 설계 자체만 바꿔도
시멘트·철강 등 소비량 50% 감축
수익성 높아지고 온실가스 배출 ↓
한국 산업계도 적극 도입 나서야

탄소중립은 환경 보호와 동시에
정부·기업의 새 성장 패러다임 변화
빠르게 파악하고 따라가야
1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2 세계에너지포럼’에서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왼쪽부터), 라이언 러셀 미래에셋증권 글로벌대체투자본부장,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정 사장, 류준우 그리드위즈 사장, 김민수 한국남부발전 그린뉴딜사업처장,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 이재문 기자

“통합형 설계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장기적으로는 전세계 에너지 생산성을 5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설계 혁신을 도입하면 대부분 산업이 수익을 내면서 기후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2 세계에너지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에이머리 러빈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존에 없던 혁신기술이 아닌 설계 자체의 변화만으로도 기후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러빈스 교수는 ‘로키 마운틴 연구소(RMI·Rocky Mountain Institute)’ 공동설립자 겸 수석과학자로 세계 최고 에너지 및 환경상을 다수 수상한 에너지·환경 분야 전문가다.

그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기존 소진 자원을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 방안을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한국 산업 환경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머리 러빈스 교수

가장 먼저 소개된 사례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레트로피트(retrofit) 프로젝트다. 레트로피트는 건물이나 구조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조공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창 사이에 태양 복사에너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특수필름을 집어넣고, 단열효과를 높였다. 그 결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레트로피트 이후 초반에는 기존보다 38%, 그 이후 43%가량의 에너지 절감을 이뤘고, 3년 안에 투자비용을 회수했다.

 

러빈스 교수는 자신이 타고 있는 ‘탄소섬유 전기차’를 소개하며 수송수단에서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섬유는 경량이다 보니 큰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아 에너지 절감으로 탄소섬유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배터리 충전 속도도 빠르고 충전 시 필요한 전기량도 적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제1대 최고기술경영자(CTO)이자 엔지니어링 전문가 J B 스트라우벨이 미국 네바다주에 만든 전기·태양열 가동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 사례도 소개했다. 기가팩토리는 설계 당시 가스파이프 설치 연료의 연소를 전면 배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네바다주의 대기오염 관련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면서 건설기간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없앴다.

 

 

러빈스 교수는 “똑똑한 설계를 하는 것만으로도 전세계 시멘트와 철강 소비량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며 “그러나 통합형 설계는 일반적으로 널리 인정받거나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0년에 걸쳐 전세계 70여개국의 빌딩과 자동차, 공장 등을 관찰해본 결과 어디서나 같은 설계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통합형 설계를 주요 방식으로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한국 산업계도 이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 달라”고 당부했다.

 

1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2 세계에너지포럼에서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두 번째 기조연설에 나선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탄소중립은 기후변화 대응이란 차원과 동시에 정부와 기업의 새로운 성장전략이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성장 잠재력이 고갈된 유럽연합(EU)이 탄소중립을 내세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선택하자 미국과 중국, 일본이 앞장서서 동참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환경을 위한 차원도 있지만 새로운 성장전략 패러다임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이 ‘녹색 경제를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의 틀’로 세계적인 표준이자 흐름으로 정착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런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1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2 세계에너지포럼에서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줬다”며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안정적 에너지 수급체계를 갖추고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왼쪽),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영상 축사를 통해 “탄소중립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산업 성장을 위해 비켜갈 수 없는 문제”라며 “포럼을 통해 에너지 정책을 점검하는 값진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영상 축사에서 “에너지와 탄소중립에 대한 많은 현안과 쟁점에 대해 지혜와 지식을 나누는 세계에너지포럼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노력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