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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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장악한 ‘윤석열 사단’, 수사 중립성 잃어선 안 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하루 만인 그제 전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검사장급 이상 18명을 포함한 43명의 중폭 인사다. 한 장관은 “최근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검찰총장, 대검차장 등의 사표제출로 인한 검찰 지휘부의 공백, 법무·검찰의 중단없는 업무수행 필요성에 따른 최소한의 승진 및 전보”라고 했다. ‘최소한’의 인사라지만 규모가 큰 데다 면면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윤석열 라인·특수통’ 전면배치와 ‘친문 배제’가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법무검찰 ‘빅3’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를, 검찰 인사·예산을 관장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승진 발탁했다. 송 검사는 한동훈 장관과 함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시절 대검기획조정부장을 지낸 이원석 제주지검장은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에 임명됐다. 문재인정부 실세였던 이성윤 서울고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등은 한직으로 발령났다. 이 과정에서 인사의 기준과 원칙 등을 논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도 패싱했다.

이전 정부 실세를 몰아내고 탄압받던 이들을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하듯 불러들인 건 인사보복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던 한 장관 취임사가 무색할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이 “측근 검사들로 호위무사대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끝끝내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한 건 인지상정이다. 검찰 인사는 기획과 특수, 공안, 형사 등 각 직능의 전문성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게 옳다. 수요가 있다면 사표를 제출한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차장 등에 국한한 ‘원포인트’ 인사에 그쳐야 했다. 굳이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검찰총장도 공석이다. 윤석열정부와 한 장관은 이전 정부가 검찰총장 의견을 패싱한 채 자기 사람을 심자 강하게 반발했다. 명백한 자기모순이다. 굳이 업무의 연속성 차원이라면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부터 꾸리는 게 순리다. ‘비정상의 정상화’도 좋지만 과유불급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연되는 보복성 인사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향후 이어질 총장과 검사장, 차·부장 인사에서는 능력 위주의 인사로 균형감을 보완해야 한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단죄는 필요하지만 ‘정치보복’을 의심받는 수사는 검찰의 중립성만 해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