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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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에도 "분유 재고량 얼마?" 챙기는 바이든, 왜? [한·미 정상회담]

미국 분유 대란에 민심 악화… 야당도 공세 펴
11월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재고 확보 총력전
‘분유 나르기’ 작전 세워 군용기까지 투입 명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SNS 동영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유아용 분유 공급을 위한 행정부 차원의 노력을 설명하는 모습. SNS 캡처

작전명 ‘플라이 포뮬러’(Operation Fly Formula).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시각각 보좌진의 보고를 받으며 직접 챙기는 미국 국내 사안이 있다. 바로 유아용 분유 대란이다. 분유 공급 부족으로 미국 유아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자 미 행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 백신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하기 위해 입안한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방불케 하는 분유 나르기 작전을 세워 사태 해결에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방한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 하나를 올렸다. “방금 분유 나르기 직전 실황에 관한 최신 정보를 입수했다”는 말로 운을 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말이 지나면 (대란 발생 후) 첫번째 선적분이 미국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150만병의 안전한 네슬레 유아용 분유가 최대한 빨리 미국 내 상점 진열대를 다시 채울 것이란 의미”라고 덧붙였다.

 

전날 한국에 도착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 연설 및 정상회담 준비, 한국 기업인들과의 만남 등 바쁜 외교·경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유아용 분유 수급만은 실시간으로 챙기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분유 나르기 작전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마찬가지로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분유 생산을 늘리게 하는 것이다. 6·25전쟁 당시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은 행정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군수물자를 더 많이 만들도록 독려할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백신을 비롯해 마스크, 진단키트 등 방역물자 제조량을 늘릴 목적으로 재등장했는데 이번에 또 동원됐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첼시의 한 식료품 가게에서 유아용 분유 진열대가 텅 비어 있자 여성 고객이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첼시=AP연합뉴스

다른 한 가지는 외국에서 수입한 분유를 최대한 빨리 미국 국내로 들여온 뒤 각지로 배송하는 데 연방정부가 보유한 항공기를 대거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군 등 군대에서 쓰는 수송기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경제력을 보유한 미국이 어쩌다 애기들이 먹을 분유 부족 사태에 직면했을까. 이는 미시간주(州)에 있는 미국 최대 분유 제조사 애보트 공장이 오염 가능성 때문에 가동을 중단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분유 ‘시밀락’으로 유명한 애보트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체 분유 제품의 절반 이상을 미시간주 공장에서 생산한다. 그런데 최근 이 공장에서 만든 분유를 섭취한 유아 가운데 4명이 박테리아 감염으로 입원했고 그중 2명은 목숨을 잃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미 식품의약국(FDA)이 조사에 착수하며 공장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고, 그 결과 미 전역에서 분유를 구할 수 없는 대란으로 번진 것이다.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분유 대란에 잘못 대처하는 경우 어린애를 기르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 민심을 잃을 판이다. 당장 야당인 공화당은 “정부·여당이 대체 어떻게 했길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느냐”며 책임 추궁을 하고 나섰다. 한·미 및 미·일 정상회담, 그리고 쿼드(미·일·호주·인도 4국 협의체) 정상회의를 위해 미국을 비운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에도 국내 분유 재고량을 계속 챙기는 이유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