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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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안보실장 “공동성명문,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 많이 담겨” [한·미 정상회담]

한미 공동성명문, A4 용지 6쪽 총 8681자 분량으로 정리
안보·경제·과학기술·우주 등 회의체 가동, 협력 채널 신설 약속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많이 담겼습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1일 한미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회담 성과와 이번 회담의 성과를 비교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사람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그 이행 방안을 긴밀히 논의했다”라며 “새로운 현실에 맞게 한미동맹도 한층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이 이번에 발표한 공동성명문 A4 용지 6쪽, 총 8681자 분량으로 정리됐다. 성명문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북핵 및 동북아 안정)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경제안보 협력 강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한반도를 넘어서(글로벌 중추국가 역할 강화)라는 3가지 테마에 따라 기술됐다. 

 

김 실장의 공언대로 이날 한미 정상은 안보·경제·과학기술·우주 등 여러 방면에서 구체적인 회의체 가동, 협력 채널 신설 등을 약속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기 재가동이 합의문에 포함됐다. 한미 외교·국방 차관급 인사가 참여하는 EDSCG는 대북 확장억제에 대한 전략적·정책적 협의 실시를 위한 기구로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12월 출범됐다. 문재인정부에서는 2018년 1월에 한 번 회의가 열렸다. 한미는 기존의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담과 함께 EDSCG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실효적인 확장억제 공약을 다시 확인했다”라며 “한미연합훈련 확대 강화, 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에 관해서도 저희가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 라운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도 논의를 시작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국방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은 미국과 동맹 간 표준화·상호운용성 증진, 국방협력 활성화를 위한 협정으로 체결국은 미국산 우선 구매법을 적용받지 않아 미군에 무기를 수출할 때 세금으로 인한 가격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국방상호조달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의 방산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 ‘바이 아메리카’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다. 미국은 영국·호주·일본 등 우방국 28개국과 국방상호조달협정을 체결 중이다. 

 

경제안보 확대 강화에서는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안보대화’ 출범이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국제질서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에도  한미 양국이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라며 “그 첫걸음으로, 대통령실 간 ‘경제안보대화’ 를 신설해 공급망과 첨단 과학기술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양국이 수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NSC 경제안보대화를 조기에 출범하며 이를 위해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이 다음 달 미국 NSC 타룬 차브라 기술·국가안보 선임보좌관을 만난다.

 

공급망 안정을 위한 장관·차관급 협의도 강화한다. 우선 다음 달 예정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장관회의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다. 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맞춰 장관급의 제1차 한미 공급망·산업 대화도 개최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투자를 거론하며 “이런 투자로 양국의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이고 우리의 공급망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공급망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며, 우리 양국 경제의 경쟁력을 키워줄 것이다”고 힘을 보탰다. 

 

두 정상은 보건 분야에서는 오는 11월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장관급 회의 개최와 글로벌보건안보(GHS) 조정사무소의 서울 설치를 약속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GHSA를 통해 포스트 팬데믹 대응 체계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여 한미 간 보건안보 협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우주 분야 한미 군사협력과 우주 탐사 공동연구 등에 대한 합의 내용이 담겼다. 국가안보실은 미국이 주도하는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추가 참여와 미국의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에 대한 지원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2014년 7월, 2016년 4월 이후 협의체가 사문화된 ‘한미 민간우주 대화’를 정례화하고, ‘한미 우주정책 대화’ 지속 개최로 민·관·군 차원의 우주 분야 기술교류와 협력을 강화한다. 한미 민간우주대화와 우주정책 대화는 올해 안에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됐다. 

 

원자력 분야 기술 협력도 강화된다. 한미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판매를 위해 ‘한미 원전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 비확산 국제표준(AP) 준수, 전략적 협력을 통한 시장진출 등 협력 강화를 추진한다.  2018년 2월 이후 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 제3차 전체회의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한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