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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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뜩이나 힘든데 노동계 하투까지, 정부는 방관할 건가

그제 찜통더위 속에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민노총이 주도한 첫 대규모 집회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 든 노조원 4만9000명이 세종대로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임금·노동시간 후퇴 중단,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등을 요구했다. 이 집회로 서울 도심은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시민들 불편은 가중됐다. 이번 집회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전체를 부정했던 민노총의 일종의 세 과시였다.

 

지난 1일에는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레미콘 공장은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레미콘은 제품 특성상 생산 즉시 출하해 믹서트럭으로 운송하지 못하면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 레미콘 업체들은 이번 파업으로 수도권에서만 하루 300억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어제 저녁 레미콘 운송료를 2년간 24.5% 인상에 합의해 파업은 끝났지만 해마다 파업에 따른 공사 차질이 반복돼 걱정스럽다.

 

노동계 하투(夏鬪)도 가열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까지 쟁의행위를 가결하면서 4년 만에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파업까지 하게 되면 생산 차질은 불보듯 뻔하다. 연쇄 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이미 2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 요구와 더불어 산업 현장 곳곳에서 노조가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 ‘막무가내식’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엄정히 대처해 산업현장의 법치를 확립하겠다”던 새 정부 공약은 공염불에 그쳤다. 불과 보름 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는 노동계 집단 실력 행사에 스스로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며 끌려다녔다. 2조원대 피해는 고스란히 산업계 몫이었다.

 

지금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공급망 불안이라는 복합경제위기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무역은 10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1억6000만달러 적자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치다. 4월부터 석 달 연속 적자를 낸 것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로 치솟아 안 그래도 힘든 서민들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노동계의 대규모 파업을 좌시한다면 코로나 시국에도 저자세로 이들의 불법 폭력행위를 비호했던 지난 정부와 다를 바 없다. 노동계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과도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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