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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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선두 질주…임진희 ‘무결점 V샷’

맥콜·모나파크오픈 정상

마지막날 버디 5개 3언더파
‘루키’ 윤이나 맹추격 따돌려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
1년여 만에 KLPGA 통산 2승
임 “하나하나 쌓아 올린 느낌”
임진희가 3일 강원 평창군 버치힐 골프클럽(파72·6434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파크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주로 골프·경마·자동차 경주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 경기 내내 선두를 한 번도 내주지 않고 우승하는 경우를 말한다. 1700년대 영국 경마 경기에서 출발선과 결승선에 ‘철사(wire)’를 설치한 데서 유래한 용어다.

특히 3∼4라운드 경기로 펼쳐지는 골프에서 선두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며 우승하기는 쉽지 않다. 멘털 싸움인 골프에서 최종라운드를 향해 갈수록 체력이 고갈되면서 집중력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를 지배하는 완벽한 컨디션이 대회 내내 유지돼야만 이룰 수 있는 대단한 기록이다.

임진희(24·안강건설)가 이 어려운 기록을 만들어 내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모나파크오픈(총상금 8억원) 정상에 올랐다. 임진희는 3일 강원 평창군 버치힐 골프클럽(파72·6434야드)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를 적어낸 임진희는 장타를 앞세워 거센 추격전을 펼친 ‘루키’ 윤이나(19·하이트진로)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임진희는 지난해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이후 1년1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

1라운드 공동 선두에 이어 2라운드에서 2위에 2타 차 단독 1위로 올라선 임진희는 이날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임진희는 1번 홀(파4) 버디로 기분 좋게 최종라운드를 시작했고 2위에서 추격하던 윤이나가 3번 홀(파5)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실수를 범하며 2타를 잃는 바람에 비교적 여유 있게 1위를 지켰다.

하지만 한때 4타 차 선두를 달리던 임진희는 15, 16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반면 윤이나는 9∼12번 홀에서 신들린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맹렬한 추격전을 펼쳤다. 윤이나는 17번 홀(파3)에서도 약 10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임진희를 2타로 따라잡았다. 이에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윤이나는 25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윤이나가 7.2 거리에서 시도한 이글 퍼트는 약간 짧아 버디에 머물렀고 임진희도 70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을 홀 1도 안 되는 곳으로 보내 버디를 낚으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임진희는 “지난해 첫 승 때는 준비가 안 돼 있었지만, 이번 우승은 제가 하나하나 쌓아 올려 만든 느낌”이라며 “이 대회 이후 자신감도 올라갈 것 같고 목표인 상금 7억원에 시즌 2승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이나는 아쉽게 데뷔 첫 승을 놓쳤지만 장타자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번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64.4야드로 장타 1위를 달린다. 이번 대회 2라운드 5번 홀(파4)에서는 무려 305야드에 달하는 티샷을 날렸고 280야드 이상 드라이브샷도 5차례나 기록할 정도로 가공할 장타력을 선보였다. 신인왕 레이스 4위를 달리는 윤이나는 지난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3위에 이어 2주 연속 우승 경쟁을 펼치는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 조만간 신인왕 선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