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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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말의 폭우

이채민

말을 끌고

굴곡진 말의 언덕을 넘는다

선을 넘어서

넘어가고 넘어오는 말

 

주어가 생략된 동사 형용사가

앞이 보이지 않는 해일을 일으키며 질주한다

 

위태로운 바다는 그대로 위태롭고

깨진 화분은

그대로 화분의 이력이 된다

 

바닥인 말을 만나러 부스럭거리는

새벽은

얼마나 부끄러울까

 

그을리고 깨진 말의 폭우 속에서

맹렬하게 자라나는

가시 꽃은

절망보다 위태롭다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거나 말해본 적이 없는

표현의 능력을 언어의 창조성이라고 합니다.

나는 이러한 언어를 창조할 때가 있는 반면에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는 말을 내뱉을 때도 있습니다.

선을 넘은 말은 위태로운 바다가 되어 해일을 일으켜 위태롭고

깨진 화분은 깨진 채로 화분의 이력이 됩니다.

그을리고 깨진 말의 폭우 속에서 맹렬하게 자라나는

가시 꽃은 절망보다 위태롭습니다.

새벽녘에 수많은 말을 뱉어낸 어제의 차고 넘쳤던 말을 생각합니다.

창조성이란 눈곱만치 찾아볼 수 없는

어젯밤 말의 폭우가 폐부를 찌릅니다.

아름다운 붉은 장미가 검고 억세게 변한 오늘입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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