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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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퓰리즘 우려 낳는 이재명 대표의 ‘기본사회’ 구상

‘기본 시리즈’ 정책 집대성한 개념
막대한 돈 소요되고 지속 불가능
개헌론은 정국 혼란 초래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전’을 치렀다. 이 대표가 첫 대표 연설에서 꺼내 든 키워드는 ‘기본사회론’이다. 최소한의 삶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게 골자다. 기본사회론은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 시리즈’로 불려온 그의 정책 비전을 집대성한 개념이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기본’이라는 단어만 28차례 언급할 정도로 기본사회론 부각에 애썼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는 기본사회론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기본소득의 경우만 해도 여러 나라에서 특정 계층·지역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도 본격 도입하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다. 노동 의욕 제고 등 기대한 효과는 불확실한데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씨도 최근 “현금박치기 진보라는 이름으로 희화화될 수 있다”고 기본소득을 꼬집은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이 대표가 원전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한 것도 왜곡된 인식의 반영이다. 지난 5년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헝클어진 에너지 수급을 바로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원전 이용률 향상이다. 비정상적인 원전 정책을 정상화하는 걸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해 원전이 신재생 전기의 3분의 1이 안 되는 발전 단가로 신재생의 5.8배 전력을 생산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정부 초반에 4년 중임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이 대표는 올해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 국회 내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2024년 총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며 87년 체제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과 공감대 없이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자신의 약점인 사법리스크를 희석시키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민생의 블랙홀이 될 이재명식 개헌에 어떤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운 이유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기에 개헌을 추진한다면 모든 정치적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국정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여당의 인식이다. 정치권 내 충분한 협의 없이 원내 다수당이 개헌을 추진할 경우 극심한 정국 혼란만 초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