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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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진 해임안’ 강행한 巨野, 국익보다 정파 이익이 우선인가

국민의힘·정의당 불참 속 단독 처리
현안 산적한데 정부 흔들기 지나쳐
국정 발목 잡으면 민심 역풍 맞을것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퇴장해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거대 의석을 무기로 해임안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해임안이 처리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여야 갈등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가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하여 주무 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환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30분 약식회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등을 지적한 것이다. 정상외교 과정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대통령 발언도 논란 소지가 있다. 야당의 지적에 대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당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그렇더라도 야당이 비판하고 각성을 촉구하면 될 일이지 외교 수장을 경질하라는 건 지나치다. 대통령 발언은 박 장관 책임이 아닌 데다 아직 진위도 가려지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시절 대중·대북 저자세 외교에 대해선 반성조차 없는 민주당이 이번 순방 외교를 외교 참사라며 장관 해임을 요구한 건 낯 뜨거운 일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박 장관 해임안을 밀어붙인 데는 윤석열정부를 흔들어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을 거론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의당이 이번 해임안 제출에 정쟁의 성격이 있다면서 표결에 불참한 것은 옳은 선택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의 사과와 비서실 교체가 핵심인데 외교부 장관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해임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시도를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정치권이 외교부 장관 해임 문제로 옥신각신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할 외교 현안들이 쌓여 있다. 미국과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둘러싼 갈등도 풀어야 한다. 어렵게 물꼬를 튼 한·일 관계 개선 또한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이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압박하는 건 국익보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