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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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가계대출 억제 효과 있었다…1%p 오르면 인당 156만원↓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증가 억제와 금융불균형 완화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추정 결과 대출금리가 3% 수준에서 1%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1인당 가계대출 증가 폭은 약 156만원 줄어들었다.

 

2일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민감도는 소득이 높거나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는 이후에 높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한은은 가계대출 변화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차주 특성, 자산가격 변화, 대출금리 구조, 경제 상황 및 규제 수준 등)의 영향을 감안해 대출금리와 가계대출 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지표와 개별차주 미시정보를 활용한 계량모형으로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를 추정했다.

 

통상 금리에 대한 민감도는 금리 상승기가 하락기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대출 변동 폭은 26조8000억원 축소됐지만, 하락 시에는 13조8000억원 확대됐다.

 

개별차주별로 보면 소득수준과 소득대비가계대출비율(LTI)이 높을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비취약차주일수록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생계유지보다는 부동산 구매나 사업자금 등의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더 민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고소득 차주의 대출 증가 폭은 221만원 줄었지만 중소득 차주는 56만원, 저소득차주는 38만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차주 특성 외에도 자산가격 변화와 대출금리 구조,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을 감안해 추가로 패널 분석을 시도했다. 여기서도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대출 증가 폭을 제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금리 수준이 높을수록 동일한 금리 상승 폭에 대한 가계대출 증가 억제 효과가 확대됐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연합뉴스

2012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대출금리가 3% 수준에 있으면 1분기 동안 차주당 가계대출은 평균 294만원 증가했다. 하지만 금리가 0.5%포인트,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대출 증가 폭은 각각 227만원과 138만원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대출 증가율이 더 크게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체 가계대출로 환산하면 대출금리가 3% 수준에 있을 때 한 분기 동안 가계대출은 34조1000억원 증가했지만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증가 폭이 26조3000억원으로, 1%포인트 오르면 16조원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 민감도는 코로나19 이후 더 높아졌다. 고소득·고레버리지 등 금리 민감도가 높은 차주의 대출 비중이 높아진 데다, 코로나19 이후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레버리지 투자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의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금융불균형이 축적된 상황에서 보다 뚜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및 금융불균형 완화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취약계층은 금리상승으로 채무상환부담이 많이 늘어날 수 있고, 이들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 만큼 취약부문의 신용위험 증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