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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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일주일 새 4번 도발… 美 전략자산 겨냥 ‘파철덩이’ 조롱도

北,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8차례 미사일 도발
그 가운데 4번이 최근 일주일 사이 감행돼
‘美 항모 출현에 구애받지 않고 도발할 수 있다’ 보여주려 했나
북 선전매체 “미국 모든 핵무기 끌어들여도 놀랄 우리 아냐”

북한이 최근 일주일 사이 4번이나 탄도미사일 발사로 무력도발을 이어가며 한·미·일의 군사협력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또한 한·미·일의 대비태세를 시험해보려는 차원의 도발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동해에서 실시한 한·미 해상 연합훈련과 한·미·일 대잠훈련에 각각 참가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를 겨냥해선 “파철 덩어리”라고 조롱하고 나섰다.

 

북한이 국군의 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티비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주일 사이 4번 미사일 도발, 北 노림수는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전 6시45분쯤부터 7시3분쯤까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레이건호가 부산에 입항한 이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지대지 SRBM 1발을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28일 SRBM 2발을 평양 순안 일대에서, 29일 SRBM 2발을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 5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8차례의 미사일 발사가 최근 일주일 사이 이뤄졌다. 북한의 이 같은 미사일 도발에는 여러 노림수가 숨어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미사일 발사는 한국의 ‘국군의 날’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등 첨단전력을 과시하는 자리인 만큼 이에 대한 도발로 풀이된다. 3축 체계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 동향의 탐지·추적을 위한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 개념이다.

 

한·미는 물론 한·미·일 군사협력에 반발 차원의 도발로도 읽힌다. 한·미·일은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추적·탐지하는 상황을 가정한 연합 대잠훈련을 펼쳤다. 한·미·일은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2017년 이후 5년 만에 대잠수함전 훈련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9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프로그램을 비판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일 대잠전 훈련 참가한 전력들이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전문가 “北, ‘美 더이상 의식하지 않는다’ 보여주려 한 것”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는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비난하는 사안”이라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전략자산인 항공모함 전단이 한국 영해에서 연합훈련을 감행한 것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 핵 탑재가 가능한 다종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한미일 억제가 유효하지 않음을 강변하는 행위”라며 “항모전단이 동원된 한·미 연합훈련과 한·미·일 연합훈련 기간 중 최초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핵 능력을 완성한 국가가 표출하는 공격적 군사 행위”라고 부연했다.

 

북한이 최근 선제적 핵무력 사용을 법제화한 이후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미국의 군사력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행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은 미국을 더이상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국의 군사력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보여주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같은 노력이 북한의 행동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핵항모가 더 이상 한반도 방위에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하며, 북한은 미국의 항모 출현에 별 구애를 받지 않으며 오히려 도발할 수 도 있다는 것을 한국과 미국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항해 모습. 해군 제공

◆北, 연합훈련 참가 레이건호 ‘파철덩이’ 조롱

 

북한 매체는 미국의 전략자산인 레이건호를 향해 ‘파철 덩어리’라고 조롱하고 나섰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파철덩이로 놀래워보겠다고?’ 제하 기사에서 “얼마 전 괴뢰 군부호전광들이 이른바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우는 미 핵동력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부산항에 끌어들여 ‘연합 해상훈련’이라는 것을 벌려놓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괴뢰들이 항공모함정도가 아니라 미국의 모든 핵무기를 다 끌어들인다고 놀랄 우리가 아니다”라며 “그 어떤 떠다니는 군사기지도 파철 덩이로밖에 보지 않는 우리의 면전에서 가소롭게도 핵전쟁 불장난을 하는 괴뢰군부 호전광들이야말로 제 살구멍, 죽을 구멍도 가려보지 못하는 얼간망둥이들”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남조선 괴뢰들이 미국의 떠다니는 군사기지를 조선반도(한반도)에 끌어들여 전쟁연습을 벌려놓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무진막강한 군력에 비한 저들의 군사적 열세를 만회해보자는 음흉한 타산과, 미국의 핵 전략자산들에 의거해서라도 우리를 기어이 힘으로 압살해보겠다는 집요한 침략 야욕의 더러운 산물”이라고 적었다.

 

다른 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 역시 이날 ‘입에 칼 물고 광기를 부려대는 기형아들’이란 기사로 막말을 쏟아냈다. 매체는 “윤석열 역적패당은 우리 공화국이 국가 핵무력 정책을 법화한 이후 지난 9월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라는 것을 벌려놓고 미국의 핵무장 장비들의 정기적인 조선반도 전개를 논의했다”며 레이건호를 동원한 한·미 해상 연합훈련도 그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