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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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대국민 소통 창구 재정비할 때다

“불미스러운 일” 도어스테핑 중단
국정철학·메시지 전달 혼선 우려
정확한 정보 제공이 최우선 과제
대통령실 대변인 임명 서둘러야

대변인은 정부나 정당·단체 등을 대신해 성명을 발표하거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사람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대통령의 입이다. 매일 대통령을 만나고 대통령의 주요 일정을 수행한다. 거의 매일 열리는 정례브리핑에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국내외 현안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데, 백악관 유튜브 계정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미국 사상 첫 흑인 여성 백악관 대변인이다.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을 거쳐 지난 5월 사임을 예고한 젠 사키 대변인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취임 일성으로 “이 연단에 서는 것은 어느 한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국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윤석열정부의 대통령실 대변인은 장기간 빈자리로 남아 있다. 강인선 전 대변인이 9월7일 해외홍보비서관 겸 외신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지 76일째 후속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우 이례적이다. 부대변인이 2명 있지만 대변인에 비해 무게가 떨어진다. 대변인실의 대면 브리핑 횟수도 대폭 줄었다. 북한 미사일 연쇄 도발, 경제위기 등 대통령실이 대처해야 할 현안은 늘었지만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박완규 논설위원

대통령실은 윤석열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언론 대응에도 능숙한 후임자를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일단 김은혜 홍보수석과 이재명 부대변인이 대변인 업무를 나눠 맡고 있지만, 국정 소통이나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에 혼선을 빚을까 우려된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 후 비속어 발언 논란에 휘말렸을 때 현지에서 책임 있게 확인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13시간 지나 김 수석이 내놓은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는 비속어 논란 관련 보도 등을 이유로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귀국 후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서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고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했다. MBC 기자는 “뭐가 악의적이라는 거냐”며 대통령실 비서관과 설전을 벌였다. 대통령실은 “불미스러운 사태”라며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처사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경우가 잦다. 참사 당일 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 소방청을 통해 사고를 파악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 및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그런데 이 지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후속 언급이 없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책임을 미루면서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태스크포스(TF)’ 단장까지 맡았다. 기가 찰 노릇이다. 조치가 어수룩하면 해명이라도 잘해야 하는데, 해명이 논란을 부추기곤 한다.

정책홍보 전문가인 유재웅 전 해외홍보원장은 “위기 상황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으면 높을수록 위기에 처한 조직에서 ‘대변인’의 역할은 그 누구보다 막중하다. 공중의 입장에서 볼 때 대변인은 조직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한국 사회의 위기 사례와 커뮤니케이션 대응 방법’)이라고 했다. 대변인은 내용과 전달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내용은 위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고, 전달은 메시지를 공중에게 정확히 받아들여지게 하는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0%를 넘나드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중도층의 이탈 현상 때문인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대통령의 말과 태도에 대한 실망이라고 한다. 왜 지금 서둘러 대변인을 임명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대통령실은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정보와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박완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