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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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건보 재정… 13년 간 부당 청구 3조원, 환수는 ‘찔끔’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 부당 청구
적발 시 환수하지만… 평균 징수율 6%대에 불과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불법 개설해 지난 13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당하게 받아간 금액이 3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의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불법개설기관을 고려하면 실제 부당 청구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수율은 6%대에 그쳐 이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13년간 불법개설기관 1670곳에서의 과잉 진료와 부당 청구로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3조1731억800만원에 달한다. 일반인이 의사나 약사를 고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 등이 불법개설기관에 해당하며, 이들 기관은 개설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진료비를 청구하다가 적발되면 건보공단은 절차에 따라 이를 환수한다. 

사진=연합뉴스

불법개설기관 중 요양병원의 환수 결정액이 1조7334억3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약국(5677억2000만원), 의원(4604억3900만원) 등 순이었다. 국민의 혈세가 불법행위에 빠져나갔지만 지난달까지 건보공단이 거둬들인 금액은 2154억7700만원으로 전체 평균 징수율은 6.79%에 불과했다. 환수가 결정된 금액 중 2조9576억3100만원은 징수하지 못했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은 건보재정의 누수 요인이 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비의료인이 부실 의료법인을 인수해 4개의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기도 하고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뒤 전문의 행세를 하며 남성 비뇨기과 관련 환자를 무면허로 진료한 사례도 있었다. 

 

건보공단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불법개설이 의심되는 요양기관에 대한 행정조사를 진행하는 등 불법개설기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자체 수사권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으로 의심돼 현장 조사에 나서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계좌 추적이나 관련자 조사를 할 수 없다. 특수한 분야의 범죄에 대해 통신 사실 조회와 압수수색 등 경찰과 같은 강제수사권을 지닌 ‘특별사법경찰권’이 확보된다면 단속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