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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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파면’ 몰아치는 민주, 탄핵카드도 만지작

“李장관 28일까지 파면” 최후통첩
박홍근 “성난 민심 피해선 안돼”

尹, 박진 외교 해임안 거부 전례
민주 의원 절반 “탄핵 가야” 강경
대통령실 “시비 먼저 가려야” 반대

‘이태원 압사 참사’ 진상규명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출범을 관철한 더불어민주당이 기세를 몰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강하게 촉구하면서 국정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국조특위 청문회를 앞두고 여론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28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장관 파면을 요구했는데, 실현되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을 넘어 탄핵소추안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고위공직자에게 필요한 건 무한책임의 자세다. 먼저 정치·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며 “대통령은 유족의 피맺힌 절규와 국민의 성난 여론을 궁색하게 피하려 하지 말라. 이 장관을 계속 감싸고 지키려는 건 무책임하고 구차해 보일 뿐”이라고 파면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족 연락처)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한 발언이 이후 거짓으로 드러난 점을 문제 삼았다. 참사 이틀 뒤, 서울시가 관련 자료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 행안부에 전달했는데 장관이 “없다”고 한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질뿐 아니라 수습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파면을 안 시키면 결국 해임건의 아니면 탄핵인데, 어느 것을 할지 아직 확정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 사례를 떠올리면서 해임건의안 대신 바로 탄핵소추안을 올려야 한다는 강성 발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북미 순방 외교 참사’를 두고 국회에선 민주당 중심으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는데, 윤 대통령이 즉각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입법부가 통과시킨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며 “의원 절반 가까이는 이 장관을 바로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헌법 65조에 따라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169석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해 답답증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경찰 지휘부의 미숙한 대처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경찰이 중간수사 결과라도 조속히 발표하길 기대했다. 국정조사 요구를 정치 공세로 보고 수용 불가를 고수했지만, 민주당의 ‘여론전 공세’ 장기화에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재차 공세의 고삐를 죄자 여당은 “이 장관 탄핵으로 국정조사를 시작하고 국정조사가 끝나자마자 길거리로 뛰쳐나가 정권 퇴진을 외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국정조사에 불참해야 한다는 뒷말이 나왔지만, 당 차원에서 공식 논의된 바는 아직 없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시작 전에 주무 장관부터 자르라고 하는 건 정치 도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형창·배민영·이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