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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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공감과 교류… 새로운 시대의 한류는

세계에 부는 ‘한류’ 열풍에 자부심
최근 한·일 콘텐츠 비즈니스 포럼서
일방향 아닌 ‘상생’ 주장 곱씹을만
생산·소비자국 윈윈 전략 찾아야

일본 생활을 하면서 직접 보고, 느끼는 한류의 위력은 한국에서 전해 듣던 것보다 강하다. 한류가 특정 드라마, 가수 등의 높은 인기를 넘어 일본 사회의 일부가 된 문화 현상이 아닌가라고 느낄 때 강렬함은 더하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승객, 한국인 못지않게 일본인이 많은 한국마트, 다니고 있는 일본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한국말을 알려 주기도 한다는 아들의 경험 등이 그렇다.

짜릿하고 뿌듯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통쾌하기도 하다.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그들에게 “저는 한국인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한류는 우리 모두에게 굉장한 자부심을 갖게 했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상대국과 협력해야 할 여지가 큰데 한국이 과도하게 취해 있는 것은 아닌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일 콘텐츠 비즈니스 상생포럼’에서 나온 이런 주장은 당연한 듯 여기는 한류에 대한 자부심이 상대방에겐 달리 읽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어서 흥미로웠다. 한류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점에서도 곱씹어 볼 여지가 있다.

한류란 한국이 만든 문화 콘텐츠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열광을 의미한다. 거칠게 말하면 상대국에 전해지는 한국 문화의 일방향적 흐름이다. 한국 문화가 가진 매력, 경쟁력의 증거이자 높은 자부심의 근거다.

포럼 기조강연자로 나선 쓰카모토 소이치(塚本壯一) 일본 오비린(櫻美林)대 교수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이런 구도에서는 “송신인과 수신인 사이에 어긋남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류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한국과 그것을 소비하는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 간에 한류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고, 확대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다른 일본인 참석자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하며 “일본에 한류가 정착했다고 여기고 한국이 일본에 대해 너무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눈여겨볼 만한 여론조사가 얼마 전 나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5월 자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에 매력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느끼지 않는다’는 대답이 61%에 달했다. 지금까지 듣고, 경험해 왔던 일본의 한류를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다. 어쩌면 우리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 한류를 일본 사회 전반에 안착한 현상으로 확대해석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한류가 지금처럼 지속되고, 생산자인 한국은 물론 소비자인 상대국도 윈윈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쓰카모토 교수는 “서로에 대한 깊은 공감과 가치관의 공유”를 제시했다. 다른 기조강연자인 김희열 팬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콘텐츠 교육 프로그램 교환을 통한 건강한 국제교류”를 꼽았다. 한류 콘텐츠의 생산에 상대국 문화를 존중하는 노력을 더욱 높이고, 협력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문이다.

2003년 일본 NHK방송이 드라마 ‘겨울연가’를 방영한 것은 한류 확산의 큰 계기였다. 콘텐츠 강국 일본에서의 성공은 한국 문화가 세계 어디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고, 실제로 경쟁력을 입증하며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한류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겨울연가 방영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자세를 가다듬는 적기일 수 있다. 한류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생각을 나누고, 모아야 할 때다. 포럼 참석자들이 공감과 교류에 바탕을 둔 한류를 강조한 것에 공감하는 바가 작지 않았던 건 그래서다. 이런 원칙에 보다 충실해질 때 한류는 한국만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세계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자산 중의 하나로 간주되고, 보다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