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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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산국회 막판까지 파열음, 또 ‘깜깜이 심사’ 되풀이하나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제1차 2023년도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예산안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간 논의는 계속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여야가 윤석열정부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놓고 대치하면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 처리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부터 예산안 심사를 시작했지만, 감액 심사조차 마치지 못했다. 애초 여야는 지난 25일 감액 심사를 마무리하고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증액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 예산 등과 관련한 여야 이견으로 예결특위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올해도 졸속 심사가 이어질까 우려된다.

올해 예산 심사는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정부의 대선 공약이나 국정 과제와 관련된 예산에 ‘칼질’을 하며 유난히 충돌이 잦다. 지난 24일 국토교통위에서 야당은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용산공원 조성사업 지원 예산을 애초 정부안 303억8000만원에서 165억원가량 깎았고,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관련 사업인 분양주택 예산도 1조1393억원 삭감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9409억원은 그대로 처리해 국민의힘의 반발을 불렀다.

예산은 국민 혈세인 만큼 효율적으로 쓰여 민생이 개선되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제대로 배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가 심사해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넘겨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간이 촉박한 만큼 ‘소(小)소위’ 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소소위는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만 참여하는 비공개 협의체다. 예산소위와 달리 법적 근거도 없고 외부에 협의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깜깜이’로 불려왔다.

소소위는 최소 인원으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지만 주고받기식 흥정과 담합의 장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소소위가 가동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쪽지 예산도 난무할 것이다. 쪽지 예산은 엄밀한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해 필요한 곳에 투입해야 한다는 예산 배정의 원칙을 훼손한다. 밀실, 깜깜이, 졸속의 구태가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이런 폐습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든 논의를 공개하고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국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예결위의 상설화 등 제도 개선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