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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경연·드론쇼·K컬처까지 ‘풍성’… 바다의 낭만에 ‘풍덩’ [지방기획]

입력 : 2025-09-18 06:00:00
수정 : 2025-09-17 20: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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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해오름광장 일원서 열려
열린 노래자랑·보트낚시 등 다채
서해안 풍어제 역사적 가치 조명
편의시설 늘리고 안전에도 만전

수도권 최대 규모의 어시장이 자리하고 2017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이곳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부터다. 1934년에 염전이 들어서고, 1937년 7월 국내 유일의 협궤열차인 수인선(수원역∼남인천역 52㎞) 개통으로 작은 나루터는 새롭게 탈바꿈했다. 일제는 조선 강점기 경기도 쌀과 소래의 천일염을 자국으로 반출하고자 인부·염부를 동원했다. 이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나룻배는 포구에 댔고 그렇게 태평양전쟁에 필요한 물자 수송기지로 이용된 슬픈 역사도 간직하게 됐다.

소래포구는 1970년대에 이르러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포구 일대에 가둔 바닷물을 고아 소금으로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주변으로 소래를 비롯해 남동·군자염전 등이 밀집하며 인천은 ‘짠물’이라는 별칭도 주어졌다. 시간이 흘러 파시(생선시장)가 열렸고,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수산물은 수인선에 실려 팔려나갔다. 이제 싱싱한 해산물이 전국 각지에서 찾은 관광객에게 판매되고 있다.

서민들 삶이 녹아 있는 추억과 향수의 고장인 소래포구에서는 매년 가을 문턱이 되면 다시 한번 인파를 불러 모은다.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래포구축제를 통해서다. 남동구 주최, 남동문화재단 주관 소래포구축제는 이달 26∼28일 사흘간 해오름광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오랜 세월의 소래포구 흐름과 전통을 알아보면서 온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꾸며졌다. 대한민국 대표 ‘해양생태 이벤트’로 발돋움 중인 소래포구축제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놀고, 뛰면서 매 순간이 즐겁다

17일 남동구에 따르면 소래포구축제 메인 무대에서는 행사 기간 내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연이 풍성하게 마련된다. 첫째 날 낮에는 ‘수산물 음식 경연대회’와 구립예술단의 무대가 올려진다. 해가 지면 열기는 한층 달아오른다. 만능 ‘트롯돌’ 박서진과 국악인 전영랑이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환상적인 ‘소래바다 오프닝 드론쇼’는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를 책임질 전망이다.

둘째 날은 방문객 참여 프로그램이 중심이다. 즉석에서 가창력을 뽐내는 ‘열린 노래자랑’, ‘수산물 경매 &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된다. 해양환경 보전을 주제로 한 ‘어린이 인형극’도 빼놓을 수 없다. 밤에는 10∼20대 청년층을 겨냥한 ‘소래 K팝 댄스 나이트’와 ‘DJ 힙합 콘서트’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마지막 날은 콘서트, 발레 등 감성적인 공연들이 올려진다. 피날레는 ‘소래바다 클로징 드론쇼’로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다음 해를 기약한다.

25회째를 맞아 단순히 보는 것만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 가족 단위로 찾는 이들을 위한 체험존과 휴식공간이 대폭 늘어난 게 두드러진다. 부모들이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도록 아이들 대상의 ‘보트 낚시’, ‘소금 놀이터’, ‘갯벌 놀이터’, ‘바다 에어바운스’ 등이 운영된다. ‘K-Culture(컬처)’ 부스에서는 한복을 입어보고, 대중음악 댄스도 배우며 한류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 지역 예술인과 만나는 플리마켓에서 온갖 제품이 선보여 취향껏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SNS 인증은 필수… 젊은층 발길

축제는 소래포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역할도 잊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서해안 풍어제’에서 만선 기원에 더해 모든 액운은 실어 보내면서 어민들의 평안을 바란다. 고종 16년 서해로 들어오는 외적을 막기 위해 설치한 장도포대 터에서는 염전과 어시장, 소래철교 등의 옛 모습을 영상자료로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소래의 과거를 다시금 돌아보는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 초입에는 바닷속 풍경이 미디어로 구현된 ‘소래바다 빛의 거리’가 조성돼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형 범선과 등대 조형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소래포구의 귀여운 캐릭터인 새랑이와 게랑이를 활용한 아트벌룬은 이미 인기가 예고됐다. 이번 조형물들은 야간 조명이 밝혀지면서 감성적인 분위기 연출과 더불어 이색 볼거리를 선사한다.

구는 모두가 안전하고 편한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현장에는 샤워실, 탈의실, 응급의료실, 휠체어 대여소 등 편의시설을 확충했고, 교통 통제와 안전 요원 배치도 철저하게 이뤄진다. 남동구 관계자는 “소래포구만의 특색이 담긴 차별화된 콘텐츠로 바다의 낭만과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추억 속으로 떠나보자

“내 동생 철호가 배고파 웁니다. 철호가 울면 나는 돌아가신 엄마 생각을 합니다. 먹을 것이 없는데 어찌할까, 하다가 나도 같이 웁니다.”

소래포구를 배경으로 가난한 세 남매가 희망찬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1977년) 한 장면에서 나온 대사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박근형이 주연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흔적이 묻어나는 소래에서는 지난 발자취를 둘러볼 수 있는 특별한 명소와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동구 최초 공립박물관으로 2012년 6월29일 문을 연 소래역사관. 급속한 도시화로 사라져 버린 지나간 때를 보존하고자 지어졌다. 앞마당에 전시된 협궤용 증기기관차 ‘혀기-7’은 2021년 8월 인천시 등록문화재 제4호로 이름을 올리면서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1952년 수원기관차 사무소에서 조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1978년에 디젤기관차로 교체될 때까지 기적 소리를 울렸다. 철로 폭이 현재의 절반인 762㎜로 ‘꼬마 기차’란 애칭이 붙었다. 역사관 2층은 생태·어시장·염전존을 비롯해 상설전시장이 자리했다. 이외 전시물과 소장품도 다양하다.

인근 소래습지생태공원은 폐염전 중심의 66만㎡ 면적으로 1999년 6월 개장했다.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 가는 인천 염전의 어제와 오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동시에 해양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는 천혜 보고이자 현대인들의 소중한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염전학습장에서는 수차를 이용한 천일염 생산 과정을 알아보고, 한쪽엔 지하 250m 바닷물을 끌어올려 평균 40도 정도의 미온수 족욕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힐링공간이 있다.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소래포구의 가치 재조명  지역경제 활력 계기 될 것”   

 

“소래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경제에는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종효(사진) 인천 남동구청장은 소래 지역을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이 깃든 장소라고 평소 주위에 언급한다.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들려지기 때문이다. 박 구청장은 무엇보다 올해 소래포구축제를 통해 이곳만의 생활상을 대외에 널리 알리고 전 세대가 한데 어우러지는 명소로 부각시킬 방침이다. 박 구청장은 1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축제는 소래포구 자체의 소중함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게 핵심”이라며 “단순히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내 고장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소래포구축제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경험’을 기치로 내세운 만큼 기존의 먹거리·볼거리에 더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대폭 많아졌다. 여기에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전하는 ‘소래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 스탬프 투어’도 주목할 만하다. 박 구청장은 “마냥 즐겨도 좋지만 관광과 자연을 접목시킴으로써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역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상인들이 선보이는 각종 수산물과 지역 특산물의 판매를 통해서다. 박 구청장은 “상권과 전통시장이 함께 호흡하며 활기를 되찾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매력을 마음껏 뽐내 365일 내내 사람들은 붐비고, 발길이 몰리는 곳으로 거듭나는 게 소박한 바람”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구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대의 제1호 국가도시공원 지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 600만㎡, 축구장 840개 크기를 하나로 묶어 국토교통부로부터 공식자격을 부여받을 방침이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자연적 해안선을 보유 중이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소금창고가 남은 특장점이 자랑거리다.

 

박 구청장은 “최근에 지정 요건이 완화되고 국비 지원 범위를 확대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1970년대까지 천일염이 생산됐고 수도권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갯벌을 간직해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될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