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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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20개 찍고 사라진 배우…25년 만에 털어놓은 딸 이야기

입력 : 2025-11-29 06:00:00
수정 : 2025-11-29 06: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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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종합병원’ 출연 당시 주용만 모습.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캡처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한 배우가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졌다. 광고만 20개를 찍으며 인기 절정에 올랐지만, 그는 어느 날 모든 활동을 멈췄다. 오랜 침묵을 깬 그는 “그때 방송을 그만둔 건, 오직 딸 때문이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그 배우는 바로 주용만이다.

 

29일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는 ‘[주용만을 만나다] CF 20개 찍고 전성기에 미스테리 은퇴.. 누구도 몰랐던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지난 4월 18일 처음 공개된 이 영상은 현재 약 47만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에서 주용만은 자신이 가장 사랑받았던 시절, 그리고 갑작스러운 은퇴 배경을 처음으로 풀어놨다.

 

오랜만에 근황을 전하는 주용만(위), MBC 드라마 ‘종합병원’ 출연 당시 주용만 모습.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캡처

주용만은 1990년대 MBC 드라마 ‘종합병원’에서 의사 강대종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그는 “정말 특이한 캐릭터였다. 보시는 분들이 저한테 동정, 연민 같은 걸 많이 느끼셨던 것 같다. 잘난 사람보다는 조금 부족한 사람한테, 그래서 저한테 애정을 많이 주신 것 같다”며 당시 반응을 떠올렸다. “종합병원 4회 만에 광고가 대여섯 개가 들어왔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는 곧바로 CF 러브콜로 이어졌다.

 

그는 “그때 (돈을) 좀 챙겼다. 의약품 CF, 먹는 CF, 햄버거 CF 등 아주 다양하게 찍었다”며 “20개 가까이 광고를 촬영했다”고 말했다.

 

‘종합병원’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오래 찍는다. 수술실 장면 5분 분량을 10시간이나 촬영했다. 수술 장갑을 벗으면 손이 불어 있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생하며 찍은 작품이라 ‘왜 이런 드라마를 선택했을까’ 싶었는데, 4회 방송 후 CF가 연달아 들어오며 대박이 났다. 출연료 동그라미를 보고 공중전화에서 쓰러질 정도로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활동을 중단한 이유가 딸 때문이었다고 밝히는 주용만(위).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캡처

잘나가던 그는 어느 순간 활동을 멈췄다. 이유는 딸이었다. 그는 “촬영하다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에 있는 아기가 울더라.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애가 너무 보고 싶은 거다. 빨리 서울 가서 애를 보고 싶은데 촬영은 계속 딜레이됐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겹친 그는 결국 “서울 올라와서 아내에게 울면서 ‘내가 어떻게든 먹여 살릴 테니까 방송을 그만하겠다’고 말했다”고 고백했다.

 

방송을 그만둔 뒤에도 섭외는 꾸준히 들어왔다. 그는 “제가 안 한다고 해도 2년 정도 연락이 왔다. 계속 정중하게 고사했다”고 말했다. 선택의 이유는 분명했다. “정말 우리 딸 때문에 그런 거다. 그 이후로 우리 딸이랑 너무 재밌게 거의 30년을 보냈다. 그 애가 벌써 30살이 됐고, 이번에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그때 계속 방송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당연히 한다.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는다. 딸이랑 좋은 추억을 많이 가진 30년이 나한테는 너무 귀한 시간이었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5년 만의 복귀를 알리며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주용만.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캡처

25년 만의 복귀를 앞두고 있다고 밝힌 그는 대중의 기억 속 자신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드러냈다. 주용만은 “잊혀져야 정상인데 너무 감사하다. 25년 만에 방송으로 돌아온다. 다시 태어난다는 기분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젊은 아빠, 할아버지, 수위 아저씨, 마켓 사장, 세탁소 주인 같은 역할도 다 자신 있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주용만의 이력은 단순히 ‘종합병원’의 히트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서울예술전문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뒤 1975년 연극 무대에서 데뷔했고, 이듬해 TBC 특채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알렸다. 군 복무 후인 1981년 KBS 공채 탤런트 8기로 정식 데뷔해 드라마·시트콤·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해왔다.

 

그의 연기 활동은 한 장르에 머물지 않았다. 연극 무대에서 출발한 그는 드라마 ‘종합병원’, ‘좋은걸 어떡해’, ‘네 멋대로 해라’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고, 시트콤 ‘LA아리랑’, ‘남자 셋 여자 셋’에서도 친근한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그녀와의 마지막 춤을’, ‘오디션’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남겼다. 전성기 시절에는 의약품·식품·전자·증권 등 다양한 브랜드 광고 모델로 활약하며 다방면에서 대중과 만났다.

 

주용만의 아버지는 1950~70년대 영화와 TV에서 활동한 배우 주선태다. 주선태는 영화 ‘자유부인’ 등 여러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한 원로 배우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일부 기사에서는 주용만을 ‘배우 주선태의 아들’, ‘연예인 2세’로 소개해 왔다.

 

추억 속 배우의 컴백 소식이 전해지자, 오랜만에 그를 반기는 목소리와 응원의 메시지가 함께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