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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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증권사 PF ABCP 매입 본격화…증권업계 숨통 트이나

"시장에 안정감 주는 신호"…CP 시장도 온기 돌아

종합금융투자사들의 중소형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서 유동성이 말라붙었던 증권사들의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업계와 당국의 지원으로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진원지인 PF ABCP에 대한 우려가 완화해 점차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의도 증권가. 서울시 제공

◇ 매입 금리 10%대…"미신청 중소형사도 추가 신청할 것"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로 알려진 종합금융투자사들의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이 이날 가동을 시작했다.

주관사인 메리츠·한국투자·NH투자증권[005940]은 5개 증권사가 신청한 2천938억원 물량을 전액 매입하기로 했다.

신청이 가능한 중소형 증권사 7곳(SK증권·다올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한양증권·부국증권·케이프투자증권) 가운데 대부분이 신청한 것이다.

이번에 매입을 신청하지 않은 중소형사도 향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매입 신청을 받은 물량은 이달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차환 만기가 도래하는 ABCP이므로 만기일이 나중인 경우 다음 일정에 신청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입 신청을 하지 않은 두 곳의 유동성이 넉넉하다기보다는 보유 중인 PF ABCP의 만기가 많이 남아서 그랬을 것"이라며 "추후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입 금리는 시장금리 수준인 10%대에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SK증권[001510]이 신용 보강한 메세타제일차(A2 등급) ABCP가 1개월 만기에 연 10.5%로 발행된 것을 고려하면 시장 금리 수준으로 정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입 금리는 주관사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이번 매입 금리는 시장 금리 수준으로 맞춰 최근 SK증권이 발행한 ABCP 금리를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시장 신뢰' 마중물…"지표상 체감은 어려울 것"

업계는 이번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을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마중물로 인식하고 있다.

중소형사의 '작은 위기'를 무사히 넘겨 더 큰 악재로 확산되는 사태를 막고, 시장에 증권업계의 유동성 상황이 위험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 투자 심리를 살려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대형사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문제를 함께 막아 업계 전반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지금은 급한 불을 끄면서 시장에 신뢰를 심어주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금투협 관계자도 "매입 신청 대상인 A2 등급 회사의 만기 도래 PF ABCP는 1조원대 수준으로, 1조8천억원 규모의 이번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소화할 수 있다"며 "이는 시장에 안정감을 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연기금 등의 북 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으로 연말에는 자금이 특히 부족한데, 이번에 11월 만기 물량을 매입하면서 시간을 벌어줬다"며 "연말을 무사히 넘기게 된 것도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매입 프로그램의 운영 기간은 내년 5월 30일까지지만, 경색이 풀리고 시장에 자금이 돌기 시작하면 조기 종료될 수 있다.

이번 PF ABCP 매입을 물꼬로 증권사의 일반 기업어음(CP)에 대한 수요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증권사의 자체 단기 신용도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CP의 경우 A2 등급의 증권사가 발행하는 물량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돼 최근 매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주 초부터 A2 증권사의 CP에 대해서도 금리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업계와 당국의 지원이 투입되자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수자들이 매입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 9곳에도 한국증권금융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5천억원 가량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증권업계 전반에 자금 선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동성 지원만으로는 자금 경색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연말은 자금 수요가 많은 시기이므로 이번 매입만으로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바로 풀리기는 어렵다"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도 "실제 자금 집행이 이뤄진 만큼 시장 진정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기상 회사채 발행 비수기여서 크레디트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 축소 등 지표상으로 안정된 것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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