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도시 베로나 인근 발폴리첼라 아마로네의 성지/실내 건조한 포도로 만들어 진하고 깊은 풍미 돋보여/싱글빈야드 첫 도입한 알레그리니/‘이탈리아의 로마네 꽁띠’ 달 포르노 로마노/미네랄 가득 품은 니콜리스/여행자의 쉼터 산타마리아 벨베르데
높은 탑과 드넓고 아름다운 정원을 지닌 르네상스풍의 중세시대 성. 마을에서 포도밭을 일구며 와인을 빚는 농부의 딸로 태어난 소녀는 매일같이 성문을 지나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저 성의 주인이 되는 동화같은 장면을. 간절한 바람에 하늘이 응답했나보다. 중년이 된 소녀는 소원대로 성의 주인이 됐다. 이탈리아 베네토주 발폴리첼라의 톱와인 생산자 알레그리니(Allegrini)의 어린 시절 꿈이 영근 빌라 델라 토레(Villa Della Torre)로 걸어 들어가니 향긋한 아마로네 향기가 영화속 풍경으로 이끈다.
◆연인들의 사랑 그리고 아마로네
베로나에서 차로 30여분을 달리자 아마로네 와인으로 유명한 발폴리첼라 마을에 닿는다. 보통 와인 병에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로 적혀 있는데 ‘발폴리첼라 마을에서 만든 아마로네’란 뜻이다. 하지만 막상 내비게이션에 발폴리첼라를 검색하면 안 나온다. 행정구역상 지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폴리첼라는 ‘셀러의 계곡’이란 뜻으로 아마로네를 만드는 생산자들의 셀러가 몰려 있어 발폴리첼라가 지명처럼 알려졌다.
셰익스피어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은 베로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들이 실존 인물이라면 십중팔구 아마로네를 마시며 사랑을 나눴을 것이다. 첫사랑의 입맞춤처럼 달콤하고 농밀한 과일향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와인이니 말이다. 아마로네는 토착품종 코르비나(Corvina), 론디넬라(Rondinella), 몰리나라(Molinara)를 위주로 만들며 코르비오네(Corvinone), 오셀라타(Oseleta), 크로아티나 등 다양한 토착품종을 섞는다. 이 품종들은 사우어체리처럼 시큼하고 야채 풍미가 많이 나는 와인으로 만들어 진다. 이탈리아의 북부이고 해발고도가 높다보니 서늘해 포도가 잘 익지 않기 때문이다. 늦수확을 해도 당도가 그렇게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양조기법이 실내에서 오랫동안 자연 건조하는 파시토 방식이다. 수분이 날아가 당도가 응축된 포도로 만드니 생산량은 확 줄지만 달콤한 과일향이 매력적인 아마로네가 탄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마로네는 ‘쓰다’는 뜻. 베네토의 전통적인 스위트 와인 레치오토(Recioto)를 만들다 실수로 탄생한 와인이다. 포도를 발효하면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는데 중간에 발효를 중단하면 당분이 남아 스위트한 와인이 된다. 하지만 발효를 끝까지 진행하면 드라이한 와인이 된다. 달콤한 와인일줄 알았는데 쓴맛이 나자 아마로네란 이름을 붙였다. 말린 포도로 끝까지 발효하면 알코올 도수가 15도 넘게 올라가고 좀 더 묵직한 풀바디 와인이 된다. 무화과와 말린 과일향이 도드라지며 숙성되면 커피, 다크 쵸콜릿향이 강하게 난다. 드라이하지만 달콤한 맛과 향이 아마로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반면 건조하지 않고 만드는 일반 발폴리첼라 와인은 신 체리 느낌이 더 많이 난다.
레치오토는 포도송이 위쪽 양쪽 ‘귀’ 부분을 뜻한다. 포도송이에서 이곳이 햇볕을 잘 받아 가장 달기 때문이다. 아마로네 생산자들은 대부분 리파소(Ripaso)도 만든다. 아마로네와 레치오토를 만들고 남은 껍질을 발폴리첼라 와인과 섞어서 다시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쳐 만든다. 아마로네와 레치오토는 부드럽게 압착하거나 포도무게에 눌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포도즙으로 만든다. 남은 껍질을 버리기 아까우니 아마로네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들을 재활용해 맛과 향은 좀 떨어지만 가볍게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와인을 만들어 낸다.
◆싱글빈야드 첫 도입 알레그리니
알레그리니를 상징하는 빌라 델라 토레로 들어서자 고색창연한 건물이 오랜 역사를 말한다. 파라디소 등 세개의 아름다운 정원과 거울의 방, 악마의 벽난로 등이 중세시대 디자인이 잘 보존돼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성이다. 야외 테라스에는 여행자들이 앉아 아마로네를 즐기고 있다. 베로나와 베네치아 귀족들이 여름별장으로 사용한 곳으로 1500년대 줄리오 델라 토레가 르네상스 건축기법으로 성을 지은 뒤 28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다.
어린 시절 이 마을에 살던 알레그리니 6대손 마릴리사 알레그리니(Marilisa Allegrini)는 2008년 이 성을 매입해 테이스팅룸과 브띠끄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알레그리니는 이탈리아 와인 품질의 국제적 기준이 된 감베로로쏘 최고 등급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를 무려 30차례 넘게 수상했고 감베로로쏘 2016 올해의 와이너리에 선정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1879년에 설립돼 145년 역사를 자랑하는 알레그리니는 다양한 혁신을 통해 와인의 품질을 높인 와이너리로 평가 받는다. 1979년 발폴리첼라 와인에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해 팔라쪼 델라 토레(Pallazzo della Torre)를 시작으로 1983년 라 그롤라(La Grolo), 라 포야(La Poja)를 선보였다.
팔라쪼 델라 토레는 코르비나 베로네제 40%, 코르비오네(Corvinone) 30%, 론디넬라 25%에 산지오베제를 5% 섞는다. 일반 포도로 발효한 와인과 건조 포도로 발효한 와인을 섞어 2차 발효하는 더블 퍼먼테이션 양조기법을 적용하고 두차례 사용한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15개월 동안 숙성한다. 이어 큰 배럴에서 두달 더 숙성하고 병입한 뒤 7개월동안 병숙성 과정을 거쳐 출시된다. 이처럼 독특한 양조기법 덕분에 산도는 잘 유지되면서 말린 포도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아로마가 잘 어우러진다. 마릴리사는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와인”이란다. 와인스펙테이터 톱 100 와인에 6차례 선정됐다. 제임스 서클링도 90점 이상을 11차례 부여했다.
알레그리니 아마로네 클라시코(Amarone Classico)는 코로비나 베로네제 40%, 코르비오네 45%, 론디넬라 5%, 오셀레타 5%를 섞는다. 달콤한 느낌이 있지만 산도가 잘 뒷받침돼서 질리지 않는다. 알콜도수가 15도이지만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다. 오래 친구와 마실때 좋다. 올드바인으로 만드는 이 아마로네는 오랜 우정을 간직한 친구의 정을 잘 표현해 주는 와인이다.
라 포야는 발폴리첼라에서 최초로 가장 고급품종인 코르비나 100%로 빚은 와인이다. 라 포야 포도밭은 이탈리아 북부 최대 규모인 가루다 호수가 내려다 보는 가장 높은 언덕에 있으며 사이프러스 나무로 둘러쌓여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배수가 잘되고 햇살을 잘 받아 최고 품질의 포도가 생산된다. 석회암 토양으로 미네랄도 뛰어나다. 1년에 1만4000병 정도가 생상된다. 환상적인 당도가 매력적이다. 굉장히 풍부한 맛과 초콜릿향도 느껴진다. 1990년 개발한 새로운 리파소도 바로 알레그리니의 작품. 알레그리니는 “빌라 델라 토레는 르네상스 시대 작품으로 중요하게 인정받는 건물”이라며 “정원도 잘 꾸며져 있어 맛있는 와인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에노테카 코리아에서 수입한다.
◆‘이탈리아의 로마네 꽁띠’ 달 포르노 로마노
베로나 동쪽 일라시(Illasi)의 언덕에 19세기 스타일로 와이너리를 꾸민 달 포르노 로마노(Dal Forno Romano)는 ‘이탈리아의 로마네 꽁띠’, ‘가장 혁신적인 아마로네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품질을 자랑한다. 스승이던 ‘아마로네 일인자’ 쥬세페 퀸타렐리(Giusseppe Quintarelli) 제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가장 값비싼 아마로네로 꼽히다.
와이너리로 들어서자 오너 로마노 달 포르노의 아들 마르코(Marco)가 반갑게 맞는다. 와이너리는 1983년에 설립돼 비교적 역사가 짧지만 포도나무 식재 밀도를 높여 포도의 품질을 대폭 끌어 올렸다. 최고의 포도만 선별해 만들기에 100kg의 포도로 겨우 15ℓ만 만들어낸다. 한그루당 포도 500g정도만 얻을 수 있도록 가지치기하는데 이렇게 하면 한그루당 겨우 한두송이만 얻는다. 이 때문에 와인 1 1병에 엄청난 포도나무가 필요하다. 달 포르노 로마노 아마로네 1병에 무려 포도나무 10~12 그루, 일반 발폴리첼라 와인 1병에도 8~10 그루의 포도가 들어간다. 일년 생산량이 아마로네는 많아야 700병,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도 1600∼1700병에 불과하다.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달 포르노 로마노는 의심할 여지없는 베네토 지역의 리더이며 그 와인은 점수로 평가할 수 없는 복합미와 풍부함을 보여 준다’ 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아마로네 건조장으로 들어서자 현대적인 대형 건조장치들이 줄 지어 서있다. 일종의 대형 선풍기. 레일을 따라 오가며 바람으로 포도의 건조를 돕는다. 아마로네는 3개월 건조한 포도로 36개월 새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병입한 뒤에도 24개월 더 숙성해야 시장에 나온다. 한잔을 마시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블랙체리, 블루베리 과일향에 이어 초콜릿, 담뱃잎, 트러플향이 촘촘하게 쌓인 복합미가 입안에서 폭발해 왜 전설적인 아마로네로 불리는지 한 모금만 마셔도 쉽게 알 수 있다. 기본급 발폴리첼라도 45일 동안 건조해 아마로네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기에 다른 생산자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현재 달 포르노 로마노 아마로네는 2017 빈티지가 2016 빈티지보다 먼저 유통되고 있다. “2016년 정말 포도농사가 잘 된 좋은 해였어요. 2017년보다 더 풀바디여서 좀더 숙성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순서를 바꿔 2017년을 먼저 유통시키기로 결정했죠”. 2015년에 큰 우박 피해를 당했는데 그 여파가 2016년과 2017년까지 미쳤다고 한다. 수확량이 무려 40%나 줄었단다. 그만큼 시장에 공급할수 있는 와인이 적어 달 포르노 로마노 와인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마르코는 아주 중요한 얘기를 꺼낸다. 가격이 오르니 돈을 많이 벌어 좋지 않느냐고 묻자 “ 와이너리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매년 같아요. 다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와인이 유명해지면서 시장 유통가격이 크게 뛰었지만 정작 와이너리는 가격을 올라지 않는다는 얘기다. 돈보다는 품질에 집중하는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아마로네 생산자로 명성이 높지만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도 있었다. 20살에 결혼한 로마노는 버스 운전사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9개월만 일하고 나머지는 수입이 없는 직업이라는 점이 걸렸다. 이에 아내가 와인을 만들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그 길로 와인양조에 뛰어들었다. 로마노는 전혀 양조를 모르던 상황에서 1983년 자신의 이름을 단 첫 와인을 만들어 냈다. 와인 병을 살 형편이 못돼 식당을 돌며 빈 병을 얻어 세척한 뒤 와인을 담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와인이 맛있을리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운명적으로 쥬세페 퀸타렐리를 알게된다. 코르크를 사러 시장에 갔다 와인 병에 깨알같은 글씨가 잔뜩 쓰인 와인을 발견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 길로 쥬세페를 찾아가 와인 양조 수업을 받았고 그의 DNA를 이어받은 달 포르노 로마노 와인이 탄생했다.
최고의 아마로네를 빚는 DNA는 이제 마르코에 이어지고 있다. 로마노는 자식들에게 젖먹이때부터 와인을 조금씩 맛보게 했단다. “공부가 너무 싫었어요. 비첸자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뒤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웠죠. 6∼7년은 완전히 허드렛 일만 한 것 같아요. 하하. 그 이후부터 아버지가 와인 양조법을 알려주더군요.” 아버지때와 와인 스타일의 변화가 있을까. “아버지는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세대가 바뀐다고 와인 스타일이 변할 필요는 없어요. 매년 발전될 수 있도록 조그만 것 하나라도 더하는 정도죠”. 수백년된 와이너리가 넘쳐나는 이탈리아에서 짧은 기간동안 최고의 생산자에 오른 비결은 뭘까. “헌신과 겸손이라 생각해요. 최고의 와인을 빚는 열정과 최고의 포도를 주신 자연에 감사하며 늘 겸손한 마음으로 와인을 빚는답니다.” 아마로네의 숙성 잠재력은 어떻게 될까.
마르코는 첫 빈티지인 1983 빈티지도 여전히 숙성이 가능하다며 2008 빈티지 아마로네를 잔에 따라준다. 놀랍다. 무려 15년이 지나 컬러는 오렌지빛으로 바뀌었지 산도는 여전히 짱짱하고 맛과 향은 더욱 깊고 그윽해졌다. 오래오래 곁에 두고 친구처럼 즐길 수 있는 아마로네다. 달 포르노 로마노는 하이트진로에서 수입한다.
◆미네랄 가득 품은 니콜리스
니콜리스(Nicolis)의 1951년 안젤로 니콜리스가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의 중심 카리아노(Cariano)의 산 피에트로(San Pietro)에서 시작해 3대째 와인을 빚고 있다. 현재의 명성을 얻기까지 두 아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쟌까를로(Giancarlo)는 오래 전 부터 아버지를 도와 포도를 재배 했으며 1992년 와이너리의 셀러를 설립했다. 동생 주세페(Giuseppe)는 이탈리아 톱 생산자인 마지(Masi)에서 경력을 쌓은 뒤 와이너리에 합류해 와이메이로 활약중이다. 포도밭은 모두 42ha로 직접 재배한 포도만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니콜리스 아마로네 포도밭은 해발 500m로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지 않는 화산성 토양을 함유해 미네랄이 풍부하고 섬세하며 우아한 아마로네가 매력적이다. 플래그십 와인은 니콜리스 암보르장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Nicolis Ambrosan Amarone della Vapolicella Classico). 포도농사가 잘 된 해에만 불과 2000병만 소량하니 아주 귀한 아마로네다. 아버지 안젤로 니콜리스에 이어 와이너리를 경영하는 주세페(Giuseppe)와 딸 소피아(Sopia)를 따라 지하셀러로 내려가자 보물이 가득하다. 2005, 2006 빈티지 3리터 크기 더블매그넘에서부터 5리터짜리 아마로네가 맛있게 익고있다. 1000헥토리터(hl) 크기 슬라보니안 배럴과 작은 바리끄에서 30개월 숙성한 암브로장은 20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아주 맛있게 익었다. 레드체리, 블랙베리 등 검붉은 과일향과 꽃향, 허브, 정향이 어우러지고 숙성향인 코코아, 가죽, 담배향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산도가 생기가 넘치는 걸 보니 앞으로도 10년은 충분히 버틸 것 같다.
니콜리스 아마로네 클라시코는 꼬르비나 70%, 론디넬라 20%, 크로아티나 10%로 만든다. 전통방식으로 3달동안 반건조 한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해 스틸 탱크에서 25일동안 천천히 침용과 발효를 진행 뒤 슬라보니안 배럴에서 30개월 숙성하고 병숙성을 8개월 이상 진행한다. 말린 과일, 잼, 호두, 가죽, 향신료, 코코아향이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섬세하고 우아하면서도 농축미가 넘치는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니콜리스 발폴리첼라는 꼬르비나 65%, 론디넬라 25%, 몰리나라 10%를 블렌딩한다. 체리, 자두 등 신선한 붉은 과일향이 돋보이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미디엄 바디 와인이다. 산도가 잘 뒷받침되고 매끄러운 질감이 이어진다. 트렌드인터내셔날이 수입한다.
◆여행자의 쉼터 산타마리아 발베르데
발폴리첼라의 해발 200m 언덕에 자리잡은 산타 마리아 발베르데(Santa Maria Valverde)로 들어서자 중세시대로 점프한다. 한눈에도 고색창연한 와이너리 건물은 1800년대 후반에 지은 건물. 6대째 아마로네를 빚는 와이너리 오너 니꼴라 깜빠뇰라(Nicola campagnola)와 일라리아 니디니(Ilaria Nidini) 부부가 따뜻한 얼굴로 포도밭으로 이끈다. 2018년 발폴리첼라 최고의 포도밭으로 선정됐단다. 한눈에도 고목으로 보이는 포도나무의 수령은 최대 80살. 잘 키우면 100년까지도 버틴다. 진흙이 많이 섞여 우아한 아마로네가 나오는 포도밭은 25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지만 포도나무 한 그루당 수확량을 대폭 줄여 15만명만 생산하니 품질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아마로네 건조실로 들어서자 쿰쿰한 효모향이 코를 찌른다. 요즘은 대부분 플라스틱 건조 바구니를 쓰지만 산타 마리아 발베르데는 지금도 40년된 나무상자를 고집한다. 이유가 있다. 40년동안 다양한 효모들이 나무에 녹아들어 복합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와이너리는 자전거 여행자들이 들러 자전거를 수리하고 아마로네를 즐기며 하룻밤 묶는 쉼터이기도 하다. 동굴셀러처럼 꾸민 와이너리 레스토랑으로 들어서자 니디니가 한껏 솜씨를 부린 이탈리아 전통 음식과 함께 아마로네가 기다린다. 한잔 마시자 신선한 과일향과 산도가 음식맛을 더욱 살린다. 보통 아마로네는 진한 잼맛이 나지만 산타 마리아 발베르데는 신선한 과일향이 매력이다. 1년에 불과 4000병만 생산하는 아마로네는 오크통과 스틸 탱크에서 숙성해 블렌딩하며 무려 8년이나 숙성한 뒤 세상에 내놓으니 대단한 장인정신이다. 산타 마리아 발베르데는 아직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고 있지만 누군가 조만간 ‘보물’을 발견해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홀린 것으로 기대된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호주, 체코, 스위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