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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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번 아웃’ 안타깝지만 버림받은 환자 살려달라”…중증환자 절규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 사직한 전공의의 면허 정지 처분을 미루고 나서도 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환자 단체는 중증 환자들이 일부 병원에서 진료를 보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간호사들이 27일 서울 강서구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27일 입장문을 내고 “환자 피해가 방치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정부는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동시에 참여하는 논의 테이블을 열어 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중증, 희귀, 난치 질환자는 환자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고 말하는 정부와 의료계를 믿고 이미 한 달간 기다려왔다”며 “의대 교수들이 전국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축소를 결정하면서 수술 대기와 입원 거부 사례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의대 교수들을 향해 이들은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 '‘번 아웃’ 문제에 대해서도 안타깝지만, 생명이 걸린 입장에서 이해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의료대란 장기화로 환자 피해가 방치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 정책 현안에 의해 버림받은 환자들부터 살려달라”며 “필수의료 담당 교수가 단 한명이라도 실제 병원을 나간다면 이는 환자의 죽음을 방조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 19일 전라도 소재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에서 말기신부전 투석 환자의 수혈을 거부했고, 당뇨합병증을 앓았던 환자가 3일간 대기를 하다가 사망한 사고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 “신고된 내용을 점검했고, 현장 확인을 거치기로 했다”며 “복지부가 현장확인팀, 긴급대응팀을 파견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가 의사단체를 향해 대화를 촉구하며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를 미루자,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전 회장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웃음이 나온다. 제가 그랬죠. 전공의 처벌 못 할거라고”라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병상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에 앞서 노 전 회장은 “의협 회관에서 직접 분유와 기저귀를 수령한 전공의를 빼고 온라인으로 신청한 전공의들이 100명이 넘었다”며 사연 일부를 공개했다.

 

한 전공의는 “곧 아이가 태어나는데 수입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텨야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까지 줘 감사하다”며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 잊지 않고 베풀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공의는 “가장으로서 자금난이 있어, 기저귀와 분유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고, “당장 3월부터 외벌이라 가장으로 심적인 부담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겼다”고 했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빅5’ 병원 대부분이 이들에게 3월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거나 하지 않을 예정이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