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전보장을 위해 “유럽 주도의 다국적군을 파병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의 지지를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진행한 종전 협상에서 안전보장 방안에 상당 부분 의견을 모았다. 다만 러시아는 서방군 배치를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영토 문제 역시 이견이 여전하다. 우크라이나는 수중 드론으로 러시아 잠수함 한 척을 타격하며 무력 충돌을 이어갔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낸 성명에서 유럽 주도 다국적군 편성과 우크라이나 평시 병력 규모 80만명 유지, 미국 주도 휴전 감시 및 검증 체계 구축, 유럽연합(EU) 가입 지지를 주장했다. 성명에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 정상뿐 아니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평의회 의장이 서명했다.
각국은 향후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평화와 안보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하겠다는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자하고 러시아 자산을 확고하게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어떤 협상이든 모든 사안에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아니며 모든 당사자는 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토 문제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내려야 할 결정이라며 존중할 뜻을 나타냈다.
가디언은 합의안을 전달받은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유럽 주도의 다국적군 파병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헌장 5조와 유사한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미·러 모두 반대하는 사안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안전보장이 전제된다면 가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별도로 미국 협상단과도 베를린에서 이틀간 만났다. 양측은 최대 난제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을 내줄 것을 압박하는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거부할 경우 미국에 장거리 미사일을 요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6일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직전이라면서도 영토와 서방군 배치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다시 모여 러시아 공격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보상을 다루는 ‘국제청구위원회’ 설립 협약을 논의했다. 협약은 최소 25개국 비준과 재원 확보 시 발효되며 피해 청구를 심사해 보상액을 산정하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부 사안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수중 드론 ‘서브 시 베이비’를 이용해 러시아의 잠수함을 폭파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 군사적 도발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표적은 노보로시스크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킬로급 잠수함으로 알려졌다. 서브 시 베이비는 우크라이나의 무인수상정 ‘시 베이비’의 수중 버전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군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