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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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칼럼] 국회의원 권한 오남용 나라 망친다

巨與 검수완박, 사법체계 파괴
文·李 수사 막기 위한 방탄입법
법조 3륜·민심 반대 무시 폭주
국민들이 더는 방치해선 안 돼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임기 초 국회의사당에서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해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을 지키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서약하는 엄중한 의식이다.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반헌법·반국가·반국민적 행태는 선서 무용론을 제기하게 한다. 171석의 수적 우위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검찰의 6개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수사권을 부패·경제로 축소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단독의결한 데 이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해 검수완박 입법을 완료할 태세다. 검찰 대신 주요 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도 1년6개월 내 출범시키겠다며 전의를 불태운다.

김환기 논설실장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졸속 입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수완박은 추진 목적이 정치적 방탄용이고 주도 세력이 6대 중대 범죄 피의자들이며 입법 후유증이 국민의 피해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민주당의 ‘껍데기 검찰·공룡 경찰’ 만들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 정권 인사들의 불법 비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민주당과 여권은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통해 검찰의 수사 칼날이 얼마나 예리한지 알기에 칼자루를 새 정부에 넘겨주기가 두려웠을 것이다.

검찰 수사로 문 대통령과 이 전 후보가 치명상을 입고, 진보 정권의 적폐가 드러날 경우 정권 탈환은 물 건너간다. 더구나 대표적인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 대통령(윤석열)에 당선되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한동훈)가 되지 않았나. 민주당이 6·1 지방선거의 악재가 될 우려가 있는 데도 검찰 힘 빼기에 사활을 건 이유다.

검수완박을 주도하는 의원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라는 점도 입법의 정당성을 훼손한다.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한 입법권의 사적 남용 아닌가.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가결로 검수완박 입법 전쟁의 승리가 확정되면 민주당 의원들은 쾌재를 부르겠지만 중대 범죄 수사력의 약화로 힘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의 인권 보호는 후퇴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정권이 만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완결판이다.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가 보장한 검사의 수사권을 증발시키는 위헌적 입법 테러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린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민 의사를 묻는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 한술 더 떠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한 뒤 법안을 통과시키는 꼼수까지 부렸다. 법조 3륜(법원·검찰·변호사협회)의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닫는다.

한국 민주화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정당에서 민주화 운동 공로자로 보상까지 받은 이들이 이런 반민주적 입법을 밀어부치다니 할 말을 잊는다. 오죽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반부패기구가 “한국의 부패·뇌물 범죄 수사 역량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겠나. 국회의원들은 면책·불체포 특권, 보좌 직원 9명, OECD 국가 3위의 세비 등 온갖 특권을 누린다. 그러면서도 국격을 높이기는커녕 검수완박으로 국제 망신을 자초했으니 한심하다. 동물 국회, 식물 국회, 막말 국회, 놀먹 국회의 오명을 얻고도 또다시 정치권의 치외법권화를 시도하는 국회의원들의 일탈과 권한 오남용을 국민이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검수완박 사태는 민주의식이 결여된 다수당이 국가의 기본틀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모든 권력을 한 정당에 맡기는 것은 나쁜 정부에 보험을 드는 것”이라는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윌리엄 글래드스턴 영국 전 총리는 “정치의 목적은 선을 행하기 쉽고 악을 행하기 어려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고 했다. 검수완박의 집단 광기에 빠진 민주당 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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