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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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덕수 총리 인준안 국회 통과, 與野 협치 첫 걸음 되길

무기명 투표 끝에 찬성 208명 가결
野,국정 ‘발목잡기’ 우려 찬성 당론
尹 대통령도 정호영 지명 철회해야
임명동의안 가결 소감 밝히는 한덕수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수습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취재진에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5.20 dwise@yna.co.kr/2022-05-20 20:19:14/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250명의 무기명 투표에서 찬성 208명, 반대 36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 만이자, 후보 지명 47일 만이다. 앞서 총리 인준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시간을 두 시간 늦춰가면서까지 의원총회를 이어가면서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자 결국 거수 방식으로 인준 찬성 당론을 정했다고 한다. 1기 내각의 컨트롤타워가 장기간 공석인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갓 출범한 윤석열정부의 국정 ‘발목잡기’로 비쳐지는 게 우려스러운 민주당의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6·1 지방선거가 임박한 것도 총리 인준에 나선 이유일 것이다. 새 정부 컨벤션 효과 등에 힘입어 여야 간 지지도 격차가 벌어지는 와중에 대선 패배 이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리 인준을 부결시킬 경우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여기에 ‘방탄용’, ‘철새정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전 대선후보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야권 원로들의 인준 독려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

전후 사정이 어떻든 간에 첫술에 배 부를 순 없다. 민주당으로선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의회주의와 협치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한동훈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불만이 있을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총 후 “임명동의안에 찬성하기로 한 것은 한 후보자가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큰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로펌 거액 고문료 등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한 총리 인준을 차일피일 미룬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치는 주고받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화답해야 한다. 거대 야당이 자존심을 굽히며 대승적 양보를 한 만큼 ‘아빠 찬스’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은 철회하는 게 옳다. “정치적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좋지만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민주당에 퇴로를 열어주는 게 명분과 실리를 얻는 길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둘러싼 경제·안보 현실은 갈수록 엄중해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국론 분열도 심각하다. 연이은 북한의 도발로 안보 역시 절박한 상황이다. 중앙정부를 지휘감독하며 대통령을 대신해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 총리의 책임이 막중한 때다. 우여곡절 끝에 인준된 만큼 한 총리는 국민통합에 매진하고 입법부와 행정부 소통의 가교가 돼야 한다. 여야가 국익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면서 대치 정국에서 벗어나 국정과 민생 안정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번 총리 인준이 새 정부 출범 후 협치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