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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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위 심의 앞둔 이준석 ‘무음 모드’…배현진, 최고위 '보이콧'

불필요한 논란 선제적 차단 포석
페북도 자제… 당내 갈등 최소화

尹 “지지율 하락 유념치 않는다”
대통령실은 반전카드 없어 고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두고 ‘무음 모드’에 들어갔다. 자신의 발언이 낳을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거친 언사로 갈등을 유발한다는 ‘파이터’ 이미지를 벗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윤리위 심의를 사흘 앞둔 4일 최고위 공개발언을 생략하고 침묵을 이어 갔다. 지난달 27일 최고위 이후 두 번 연속 공개발언을 거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재진의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릴 전략이 무엇인가’ ‘윤리위 결정에 승복할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1일 1글’을 올리며 왕성하게 활동했던 페이스북 계정도 잠잠해졌다. 각종 매체를 활용해 이슈를 주도하는 공중전에 능한 이 대표가 일순 조용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며 비판 세력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적 명운이 걸린 윤리위 심의를 앞두고 여론이 악화하는 걸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방송이나 인터뷰처럼 정돈된 형태로 발언이 나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당내 분란만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탈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리위 결론이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다는 관측이 많은 만큼, 윤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최근 ‘윤석열정부가 도와 달라고 안 했다’와 같은 말로 판을 안 좋게 만들었다”며 “정제된 발언만 내보내서 대통령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침묵과 별개로 윤리위 심의를 앞둔 당내 긴장도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여권 내 권력 구도가 출렁일 수 있어서다. ‘신(新)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를 ‘보이콧’하며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연합뉴스

배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개인 신상 문제가 지속되면서 당원들이 굉장히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이 대표가 아무렇지 않게 회의를 여는 게 부적절하지 않나 (생각했다)”라고 최고위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당원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도 안 했는데,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엔 인간적으로 힘들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 내에서 이 대표 체제의 균열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의 요인 중 하나로 ‘당 내홍’이 꼽히며 대통령실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 남녀 2514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평가는 50.2%로 긍정평가(44.4%)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 내부는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당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도 “물가 문제 등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아도, 이 대표 이슈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