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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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거취약층 대책 마련 시급성 일깨운 수도권 물난리

반지하 장애인 가족 3명 참변
원희룡 국토 “근본적 방안 마련”
이번엔 구두선 그쳐선 안 될 것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맑게 개고 있다. 전날 내린 비로 한강은 흙탕물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엊그제 서울 등 수도권에 내린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주거취약계층이 잇달아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층에서 살던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와 그의 어머니, 함께 살던 이모가 물에 잠긴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이모는 발달장애인이었다. 이웃 주민은 “출입구엔 빗물이 가득차 접근할 수 없어 망치로 유리를 깨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했다. 이들이 겪었을 공포와 절망, 무력감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 주택에 살던 5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침수된 집을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했다.

자연재해를 비롯한 재난은 취약계층에 더 가혹한 법이다. 이번 폭우에 따른 서울 지역 사망자 5명 중 4명이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반지하 거주 인구는 약 31만 가구로 국내 전체 반지하 거주 인구의 95%에 이른다. 72만명가량이 수도권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비가 똑같이 내려도 지하층은 한꺼번에 물이 유입되거나 높게 차오르고, 지상으로 나가는 계단이 유일한 대피로여서 피하기도 어렵다. 폭우 등 재난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마다 반지하 거주자들의 피해는 되풀이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족 세 명이 목숨을 잃은 신림동 일대에는 반지하 주택이 밀집해 있지만 사고 당일 저녁에도 주민들은 대피 안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데다 장애 탓에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 사당동 주택가를 찾아 “재난 대비 인프라 구축, 주거환경 정비, 취약구조 주택 개선 등을 통해 반지하, 쪽방 등 안전취약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신림동 현장을 방문해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떻게 대피가 안 됐나”라며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물난리로 취약계층이 피해를 볼 때마다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어제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내렸고, 수도권과 남부 지방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취약계층의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취약계층에 날씨를 정확히 알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돕는 시스템부터 구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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