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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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0여년 후 고갈될 국민연금, 개혁 미적댈 여유 없다

뉴스1

국민연금은 나라 살림을 파탄 낼 ‘시한폭탄’이라 불린 지 오래다. 그 시곗바늘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금 추세라면 기금이 2056년 바닥나고 2092년까지 누적적자가 2경2650조원에 이른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11배 수준이다. 이마저 출산율과 경제변수 등 가정치를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한 추계라니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도 어제 5년마다 하는 ‘자가진단’인 재정계산에 착수했는데 고갈 시기가 2018년 추계 2057년보다 당겨질 게 뻔하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2020년 1.24, 2030년 1.32 등으로 설정됐는데 지난해 0.81명으로 곤두박질쳤다. 2025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기금운용 수익률도 ‘향후 70년간 평균 4%대 유지’였는데 올 1∼5월 -4.7%다. 문재인정부는 내부적으로 70년간 누적적자를 ‘1경7000조원’으로 추계하고도 함구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부실 감추기에 급급, 허송세월하며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금 개혁은 노동·교육개혁과 함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과제라고 했지만 말뿐이다. 취임 100일이 다 돼 가는데 개혁을 주도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공석이다. 조규홍 복지부 1차관은 그제 국회에서 “내년 10월까지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2024년 4월로 예정된 차기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유권자 눈치만 볼 텐데 개혁이 가능하겠나. 집권 초기 비상한 각오로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면 문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게 틀림없다.

연금 개혁의 요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8.4%)의 절반 수준인 보험료(9%)를 정상화해 지속 가능한 체제로 가는 것이다. 세대갈등이 심각하고 국민 저항도 크다. 정부는 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되 갈등소지가 덜한 부문부터 진척시키는 게 순리다. 우선 기금운용의 지배구조를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 뜯어고쳐야 한다. 기금운용본부를 별도로 떼고 민간의 최고 전문가도 수혈, 기대수익을 올리는 게 급선무다. 연평균수익을 1∼2%포인트만 높여도 고갈 시기를 수년간 늦출 수 있다. 돈을 잘 굴려 국민 노후자금을 키우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해야 보험료인상 등 고통분담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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