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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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망 없는 맨홀·꽉 막힌 배수구… 기본수칙 안 지켜 피해 더 키웠다

서울시 장기적 대책 내놨지만
당장 인명 피해 막을 조처 시급
선거·인사 등 행정 공백도 한 몫

‘반지하를 없애고 수해를 방지하겠다는 등 여러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방식이 역시나 반복되고 있다.’

 

서울에 내린 비로는 115년 만에 가장 많이 내렸다는 폭우 사태 이후 중부권 곳곳이 수해 몸살을 앓자,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에서 방지책을 내놓고 있다. 사태 수습에 나선 당국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생명 존중에 가치를 두면서 기본적인 것을 좀더 챙겨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재해 당일에도 부실 대응 논란을 일으킨 자치단체장들이 많았던 서울시를 향한 시선은 더욱 그렇다. 서울의 폭우와 피해 소식을 전하는 외신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K컬처’로 도시 브랜드를 높여온 위상을 뒤로하고 ‘반지하’에서 생명을 잃은 이들의 아픔이 노출되는 등 ‘재해특별시’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수도 있다.

지난 9일 새벽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초까지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조성일 대도시방재안전연구소장은 1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수해 사태에 대해 “지방선거와 인사철, 휴가철로 인해 기존 재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환경이 마련됐을 수 있다”며 “재난을 관리하는 사람은 7월, 8월 이맘때 바짝 긴장감을 높였어야 하는데, 이 같은 분위기로 느슨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직격했다.

 

조 소장 등의 설명처럼 인명피해 방지책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원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서울에서 사망한 이들만 6명이다. 그중 관악구와 동작구 반지하 주택에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와 자치구에서 침수취약 가구와 공무원을 매칭해 집중 관리하는 돌봄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2가구 모두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돌봄서비스 선정대상은 과거 침수 이력 가구 및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된 가구로서, 서비스 시행에 동의한 가구에 대해 자치구에서 선정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성인 남녀가 맨홀에 빠져 실종된 뒤 남성이 사망한 사고도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맨홀 뚜껑이 수압을 못 이겨 열리면 사람이 빠질 수 있는 ‘지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제기돼왔다.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맨홀 뚜껑 아래에 안전장치로 그물망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으나, 평상시 도심 맨홀에는 그물망이 따로 설치돼있지 않다. 이번 참사 이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빗물받이가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빗물받이 등 배수구 관리 필요성도 제기된다. 빗물받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빗물터널도, 시간당 강우 방어능력도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평상시 자치구에서 관리하지만,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가 쌓여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마저도 악취를 막기 위해 고무판 등으로 덮어놓는 경우가 많아 유사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빗물받이를 막고 있던 쓰레기를 치워 막힌 물을 빠지게 한 ‘강남역 슈퍼맨’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행정공백기에 맞물렸던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었다. 서울에선 오세훈 시장이 7월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지만, 부시장 이하 인사가 진행되고 있던 시기였다. 한제현 전 안전총괄실장이 지난 1일 행정2부시장으로 임명됐고, 백일헌 전 안전총괄관은 지난 5일 광진구 부구청장으로 전출됐다. 시에서 재난을 온전히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자치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지방선거로 25개 자치구 중 18곳 구청장이 바뀌었는데,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자치구들을 중심으로 부구청장 상당수도 8일 교체됐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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