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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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숨지자 시신을 김치통에… ‘완전범죄’ 꿈꾼 친모 범행 3년 만에 드러나

태어난 지 15개월밖에 안 된 딸이 숨지자 시신을 친정에서 시댁으로 옮겨가며 완전범죄를 꿈꿨던 친모의 범행이 3년 만에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행정당국과 수사기관이 조사에 나섰음에도 친부모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지만, 다양한 증거 자료와 수사기법 앞에서 결국 범행을 실토했다.

 

27일 경기 포천경찰서와 포천시 등에 따르면 A(34·여)씨와 전남편 B(29)씨 사이에서 태어난 C양 관련 실종신고는 지난달 27일 처음 경찰에 접수됐다.

 

살아있었다면 벌써 만 4세가 됐을 C양이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거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등의 ‘생활 반응’이 전혀 없는데다 A씨의 의심스러운 행동에 포천시가 112로 신고한 것이었다.

 

포천시가 전수조사를 위해 연락하자 A씨와 B씨는 주소지인 포천시가 실제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를 대며 답변을 미뤘다.

 

C양의 주소지인 포천시는 친척집이었고 A씨는 경기 평택시에, B씨는 서울에 각각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문제였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각 C양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처음에 A씨는 전혀 관계가 없는 아동의 사진을 C양의 사진인 것처럼 제출하며 마치 C양이 살아서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한 아이를 C양이라며 경찰에 데리고 왔는데, 한눈에도 훨씬 어려 보이는 아이였다.

 

알고 보니 A씨가 B씨와 이혼한 뒤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만 두 살도 안 된 아이를 데려온 것이었다.

 

이때부터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실종사건이 아닌 강력 사건으로 보고 수사본부를 차려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A씨는 거짓말을 멈추지 않았다.

 

딸의 사망은 물론 시신을 숨겨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아이를 길에 버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의 부천 친정집 앞에서 자녀를 유기하는 과정을 마치 정말 있었던 일처럼 '재연'까지 하면서 현장 수사관들을 속였다.

 

결국 C양과 유전자 정보(DNA)가 일치하는 아동 사망자가 있었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대조하는 작업까지 벌였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포천경찰서는 프로파일러 투입과 디지털 포렌식 분석, 거짓말탐지기 등 각종 수사기법을 동원했고, 경기북부경찰청의 강력범죄수사대와 미제사건수사팀 인원까지 투입됐다.

 

결국 B씨가 먼저 범행을 실토했고, 이어 A씨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모든 미스터리가 풀린 것은 아니다.

 

2020년 1월초로 추정되는 C양이 사망한 당일의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아침에 보니 죽어있었다”며 C양의 사망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머리뼈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구멍이 사망 전에 생긴 것인지 백골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는 정밀 감식이 필요한 상태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및 사체은닉 혐의로 A씨를, 사체은닉 혐의로 B씨를 입건한 것 외에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C양 사망 이후에도 양육수당 등을 A씨는 330만원, B씨는 300만원씩 각각 부정수급한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초반에 피의자들의 거짓 진술이 수사에 혼선을 줬지만, 결국 자백을 받아내 시신을 찾았다”며 “범행 동기와 정확한 사건 경위 등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송동근 기자 sd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