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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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경제위기 대응 로드맵 만들 때다

수출 등 지표 심각한 우려 낳아
새해 혹한기 진입 신호 감지돼
단기적 처방에 급급해선 곤란
경제 시스템 새롭게 재건해야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저물고 있다. 새해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내년 우리 경제의 전망은 어둡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한파에 따른 경기둔화 압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경제가 본격적인 혹한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다수 국내외 주요 기관의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대에 그친다. 한국은행이 1.7%,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8%다. 한은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둔화 등 대외 요인에 영향 받아 성장 흐름이 둔화될 전망”이라며 “수출은 주요국의 경기 동반 부진, 정보기술(IT) 경기 위축 등으로 증가세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KDI는 ‘1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으며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조동철 KDI 원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가 위축된 국면에 있으며 내년에도 이런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박완규 논설위원

수출 부진은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은 지난 10월에 전년 동기 대비 5.7% 줄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뒤 11월에는 14% 줄고 12월1∼10일에는 20.8% 급감했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474억6400만달러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산업연구원(KIET)은 ‘2023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내년에 수출이 올해보다 3.1% 줄고, 266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시장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한은과 KDI는 올해 대비 내년 취업자수 증가 폭이 각각 9만명과 8만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두 기관의 올해 취업자수 증가 폭 전망치가 80만명 안팎에 이르는 것과 대비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고물가 현상은 여전하다. 한은은 향후 소비자물가가 완만한 둔화 속도를 나타내면서 당분간 5%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져들지 모른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총체적 난국임에도 국회에서는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조차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에 발표할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의 화두 중 하나로 위험 관리를 꼽는다고 한다.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산시장의 급락, 단기자금시장 불안, 취약계층의 생계난 등에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을 잘 관리해 국민 피해를 줄이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재정·통화 정책에서부터 실물경제 관련 정책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위기 대응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자성이 선결 과제다. 경제학자 장하준은 “정부의 역할이 위기 관리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풍요롭고 평등하며 안정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 개입은 제대로 계획되고 추진되기만 하면 경제를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고 했다.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만한 말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단기적 처방에 급급해선 곤란하다. 경제위기 이후를 준비하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경제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로 효율성이 떨어진 분야들을 찾아내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연금·교육·노동 개혁 등 장기 과제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서 빠져나오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박완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