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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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영화관 ‘그림자 조세’ 폐지에… 영화계 “당황·우려스러워”

정부가 영화티켓값의 3%에 해당하는 입장권 부과금을 ‘그림자 조세’로 지목해 폐지하기로 한 데 대해 영화계는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발표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간 영화계는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독립·예술·다양성 영화를 지원하거나 각종 영화제 운영에 보태왔다. 정부가 부과금을 대체할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영화계는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경기 회복세가 민생 경기 전반으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국민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 먼저 부담금을 정비하겠다”며 “지난 20년 동안 부담금을 11개 줄이는 데 그쳤는데 이번에는 한 번에 18개의 부담금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해관계자에게 해당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걷는 돈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모르고 내는 경우가 많아 ‘그림자 조세’ 또는 ‘준조세’로 불린다. 

한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 뉴스1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영화권 입장권 부과금을 포함해 18개 부담금이 폐지되고, 14개 부담금이 감면된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그간 영화관람료의 3%를 관람객에게 부과하는 방식이었는데, 17년 만에 사라진다. 영화 산업 진흥을 위해 관람객으로부터 돈을 걷는 것이 부과금 원칙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관람료 1만5000원 기준 영화 1회 관람 시 약 500원의 경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화계는 강한 우려를 표했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토대로 조성된 영화발전기금은 그동안 독립·예술·다양성 영화나 영화제 지원 등에 쓰여왔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이 폐지되면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적 재원 확보와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영화발전기금의 다각적·안정적 운용에 대한 계획은 정부만의 의지가 아니라 영화계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의) 일방적 (부과금) 폐지 발표는 영화계로서는 당황스럽고, 다른 방식의 재원조달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 네 번째)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부과금을 재원으로 한) 영화발전기금은 일종의 연구개발(R&D) 예산에 가까운데 정확한 대책 없이 급하게 부과금 폐지를 얘기하는 게 심히 우려스럽다”며 “안 그래도 위기인 영화산업에 최악의 결정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영화계 지원에 차질이 없도록 일반 재정을 통해 계속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예산·기금 등 구체적인 재원은 재정당국 등과 협의해 결정한다. 부과금 폐지를 통한 영화 티켓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민 부담 완화와 영화 산업 부흥을 위해 티켓 가격을 인하할 수 있도록 상영관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