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최대 격전지 ‘한강벨트’에 위치한 서울 영등포갑은 여야 경쟁 구도에서 큰 관심을 끄는 지역으로 꼽힌다. 민주당 계열로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한 ‘이적생 중진’ 국민의힘 김영주 후보와 서울 지역 ‘최연소 구청장’ 출신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후보가 맞붙는다. 여기에 개혁신당 허은아 후보가 합류하며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영등포갑은 그간 총선에서 민주당이 우세했지만,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 후보가 중도 표심까지 끌어올 경우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반면 지역 민주당 지지세를 바탕으로 정권심판론과 배신자 응징 여론이 커진다면 채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27일 영등포갑 지역에서 만난 주민들 표심은 엇갈렸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4선 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을 역임했지만 민주당 공천 파동 속에 탈당한 김 후보 동정론과 함께 검증된 인물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영등포 중앙시장에서 50년째 수입상가를 운영하는 80대 남성 이상구씨는 “(김 후보가) 부의장까지 하고 일을 많이 했는데도 (공천을) 주지 않았다는 건 (민주당 대표) 이재명씨가 심복들로 자기 당을 만들고 말 안 들으면 총질이라고 해놓은 결과”라며 “김영주는 속상하지. 거기서 쓴맛 단맛 다 봤으니까 더 잘할 것”이라고 봤다.
영등포구에서 30년을 거주했다는 60대 남성 권모씨도 농구선수 출신 김 후보에 대해 “운동선수가 당이라는 큰 조직에서 오랫동안 의원 생활도 하고 부의장까지 오른 건 순전한 이 사람 노력”이라며 “김영주 의원이 4선을 하면서 자기 힘을 갖고 있지 않나. 야당 할 때는 정부와 충돌이 있기 마련인데 이제 여당이라는 힘이 합쳐지면 지역을 위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 후보가 영등포구청장 시절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으로 보여준 능력에 대한 기대로 새 일꾼론을 내세우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앙시장에서 30년째 문구점을 운영하는 이한영(72)씨는 “채현일씨는 구청장 있으면서 영등포를 위해 눈에 띄는 일들을 많이 했다”며 “시장 아케이드도 설치해 주고 노점도 싹 철거해서 깨끗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중앙시장에서 40년째 가방 상점을 운영하는 70대 여성 A씨도 “영등포역 앞 불법 노점을 다 없애는 일을 채현일 그 양반이 했다고 그러지 않나”라며 “시장바닥에서 장사하다 보니 그런 점에서 (채 후보) 인기가 올라갔다”고 전했다.
젊은 층을 공략하는 개혁신당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허 후보는 아직까지 지지세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이한영씨는 “거기는 누군지 모른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나이 먹은 사람들이 알고 싶지는 않지”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거부하는 유권자들도 상당해 허 후보가 남은 기간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의 경우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질렀던 지역인 만큼 후보들은 저마다 인물론과 심판론을 내세워 마지막까지 표심을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이날 통화에서 “처음에는 주민들이 국민의힘 후보에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셨지만, 갈수록 민주당 공천 과정을 보고 서운함을 느끼셨다”며 “영등포가 당과 관계 없이 인물로 찍는다는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한 분 한 분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영등포역 중심 메가 교통시티 구상, 경부선 지하화와 같은 교통 중심 공약과 함께 반려동물공원 건립 등을 제시하고 있다.
채 후보는 통화에서 “영등포갑은 심판을 상징하는 지역이 됐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겠다”며 “영등포가 한강벨트와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가 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채 후보 역시 영등포를 메가 교통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과 함께 주민들을 위한 교육·문화 공간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허 후보는 “사실상 민주당 후보 두 명이 나온 곳이기 때문에 허은아의 승리가 보수의 승리라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며 2030세대를 위한 주거·경제·교육 환경 개선에 힘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