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의협 신임 회장의 몽니

임현택 신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의사들 사이에서 소문난 초강경파다.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퇴행적 주장을 펼친 걸 봐도 그렇다. 그럼에도 회원 65%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 활동해 온 그는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들을 대표해 ‘수입 감소에 따른 폐과 선언’을 할 만큼 극단적 성향이다.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 대표를 맡아,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법률 자문을 지원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주재의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행사장에서 반대 의견을 외치다 경호처 직원들에게 끌려 나가기도 했다.

그는 당선 일성으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14만 의사를 결집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강성 투쟁을 예고했다.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대통령의 사과,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비례대표 공천 취소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대화가 아니라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 “기회를 충분히 줬는데도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발언은 도를 넘는 오만이다.

의협 회장의 인식이 과격하고 일방적이라 국민의 우려가 크다. 대다수 국민이 의대 증원을 원하고, 심지어 의대 교수들도 증원 규모를 놓고 논쟁 중인데 되레 정원을 줄이자는 건 어처구니가 없다. ‘의료 공백이 심해져 환자들의 피해가 크다’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에서 모욕당하는 의사들을 위해 누구보다 환자들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답한 건 귀를 의심케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환자들 고통은 안중에도 없나.

의·정 협상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와중에 임 회장이 등장해 설상가상 국면이다. 의사들이 이렇게 극단적이고 비타협적인 사람을 대표로 뽑은 것은 국민과 환자들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대화는커녕 의·정 갈등이 더 깊어져 환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가 아무리 강경 투쟁을 해도 국민을 이길 순 없다. 민심에 역행하는 임 회장의 몽니가 어디까지 치달을지 걱정이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