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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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한빛원전 연장 위해 주민 회유 논란

한빛원전 주민공람 때 선물 돌려
주민들 “원전 연장 찬성 유도”
담당직원 대필서명 의혹도 제기

한수원 “공무원 동행, 대필 불가능
선물은 통상적 기념품일 뿐” 반박

한국수력원자력이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수명 연장을 위해 주민들에게 선물을 지급하는 등 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영광군 등에 따르면 한빛원전 1호기는 2025년 12월, 2호기는 2026년 9월 각각 40년 수명의 운영 허가가 만료된다. 한수원은 한빛원전 수명 연장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방사선 비상계획구역(한빛원전 반경 최대 30㎞)의 지자체(영광·함평·고창·부안·무안·장성 등)를 대상으로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 초안을 제출하고 주민공람 절차를 밟고 있다. 주민공람은 한수원이 제출한 초안을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지자체가 주민센터 등에 비치하는 절차다. 현재 5개 지자체는 주민공람을 마무리했으며 함평군은 다음달 마칠 예정이다.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하지만 주민공람 과정에서 한수원 직원들이 공람 참여율과 원전 수명 연장 찬성률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에게 선물세트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광군과 전북 고창군 주민들은 전날 영광 한빛원전 앞에서 “지자체 공람 당시 한수원 직원의 개입을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달 18일을 시작으로 이달 17일까지 진행된 고창군 주민공람회에서 한수원 직원들이 김 선물세트 등을 들고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게 초안 내용을 설명하면서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마을회관에서 진행된 주민공람에서 노인들에게 선물세트를 주고 공람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눈속임을 했다는 것이다. 한수원 담당직원이 주민들로부터 대필 서명을 받거나 가짜 서명까지 작성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고창과 영광 등에서 한수원 직원들이 지역 공무원인 것처럼 속이고 주민들로부터 대필 서명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수원 측은 주민들에게 통상적인 기념품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주민공람 내용이 어렵다는 민원이 제기돼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에게 한수원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초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빈손으로 갈 수 없어서 한빛원전에서 방문객에게 통상적으로 주는 기념품을 주민들에게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눠준 기념품은 주민공람 찬성률을 높이기 위한 회유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수원은 공람을 확인했다는 주민 서명을 한수원 직원이 대필했다는 주장도 강력 부인했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마을회관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주민공람이 이뤄진 데다 지자체 공무원도 동행해 대필 서명은 가능하지 않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주민공청회는 다음달부터 6개 지자체에서 열릴 전망이다. 방사성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람에서 지역 주민 30인 이상이 요청하면 주민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주민 신청자 수가 부족할 경우 지자체장의 의견으로 공청회를 가질 수 있다. 6개 지자체 대부분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 다음달부터 주민공청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영광=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