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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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하루 19시간 자는 남편의 속사정…“가족을 책임져야 하는데 괴롭다”

 

휴무 날 하루 18~19시간 잠만 자는 남편이 방송을 통해 지금껏 드러내지 않았던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는 결혼 13년 차 ‘잠만 자는 남편 VS 수다가 필요한 아내 - 잠수 부부’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이날 아내는 남편이 휴무 날인 주말만 되면 하루 19시간씩 잠을 잔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진 화면에서 공개된 부부의 일상 속에서도 남편은 축 처져있는 모습을 보이며 아내의 말에 무기력하게 반응하는가 하면 해가 중천인데도 잠을 자고 있었다. 심지어 제작진이 카메라를 설치하는 동안에도 남편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남편은 잠에서 깨어났고, 아들은 신나서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지친 모습을 보이며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다. 평일이 되자 주말에 종일 자던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 출근했다. 화면에서 보이는 남편의 손끝은 하루 12시간을 냉동창고에 머무르며 물류 작업 일을 하느라 갈라진 상태여서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반면 아내는 요추 골절 장애 때문에 몸이 불편한 상태라며 “대학생 때 건강검진을 하면서 척추측만증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23살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날 장애인증을 받았다. 3년 뒤에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탓에 아내는 남편이 일을 할 동안 육아와 함께 살림을 도맡아 내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성스럽게 남편을 위한 저녁 식사를 준비했지만, 남편은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소주와 간식을 구매해 배를 채워 모두를 놀라게 했다. 

 

남편은 이에 대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와 집 사이에 공백이 있었음 좋겠다. 회사 끝나고 바로 집에 가는 건 숨이 막히다”면서 “전 회사에서 많은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 사람도 다 싫어지고 다 피하고 싶더라. 지나가는 차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나도 안 아플 거 같더라. 챙길 가정이 있는데 책임은 져야 되긴 하는데 내 존재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고 차마 가족에게 말하지 못했던 아픔을 털어놨다.

 

모든 상황을 본 오은영 박사는 “우리는 사람을 피해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런데 타인은 내 뜻대로 안 된다. 타인의 주는 나쁜 영향도 못 막는다. 거기에 자아가 흔들려 버리면 안 된다”며 “남편분은 아내에게 소중한 사람이고, 아들에게는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다. 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사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남편은 제작진의 도움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 남편은 척추 협착으로 수술이 필요했고, 당화혈색소도 당뇨 수치를 훌쩍 넘는 상태라 당뇨 약 처방도 시급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수면장애로 혈전이 생겨 뇌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오 박사는 아내에게 “저녁 식사가 오후 10시면 너무 늦다. 남편의 수면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저녁 식사 시간을 당겨주셔라. 그리고 수면도 아들과 분리하는 게 좋다”고 솔루션을 제시했다.

 

남편에게는 “우울증이 엿보이신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아들을 사랑하시는데 아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마음을 주고받을지 모르시는 것 같다. 아이와 하루에 5분 이상 눈을 마주치셔라. 샤워시키실 때 아이를 꼭 한번 안아주셔라. 사랑한다는 말은 매일 하셔도 된다”고 당부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유혜지 온라인 뉴스 기자 hyehye0925@seq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