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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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코인 투자 유도 54억 뜯은 ‘2030’ 조직

리딩방 회원에게 “손실 보상” 속여
서울 등서 2년간 80여명에게 편취
사기 등 혐의 37명 검거·15명 구속

중고차 사기범에서 코인 투자 사기범으로 변신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유료리딩방 손실을 보상해주겠다’고 접근해 코인 투자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모두 20·30대로, 이들 중 총책을 포함한 상당수가 과거 중고차 사기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피싱범죄수사계 관계자가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리딩방 피해보상을 미끼로 가짜코인 투자를 유도, 수십억 원을 편취한 신종 피싱 범죄단체 검거와 관련한 브리핑에 앞서 조직원들의 저장장치, 고가의 시계 등 압수품을 나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3일 범죄단체 조직·활동 및 사기 등 혐의를 받는 조직원 37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1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총책과 피해자 유인, 자금 세탁 등으로 역할을 나눈 이들은 2022년 11월부터 서울과 인천 일대에 콜센터를 차리고 리딩방 유료회원 80여명으로부터 54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코인 발행사로 위장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면서 “리딩방 유료가입비와 손실을 상장 예정된 코인으로 보상해주겠다. 상장이 확정된 코인을 싼 가격에 구매하면 곧 있을 상장일에 10배 이상 고수익을 볼 수 있다”며 가짜 코인에 투자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무송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리딩방 피해보상을 미끼로 가짜코인 투자를 유도, 수십억 원을 편취한 신종 피싱 범죄단체 검거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당은 범행 중 개인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의 ‘행동 지침’을 통해 보안을 유지하는 주도면밀한 면모를 보였다. 범행 후에는 잠적하고 사무실을 옮겨 다른 이름의 코인을 이용한 범행을 하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했다. 지난해 4월에는 총책 중 한 명인 A(34)씨가 다른 업체를 차려 조직을 분화하기도 했다.

 

검거된 조직원들은 모두 20~30대로, 총책 등 12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온라인에서 중고차 허위 매물 사기를 벌여 처벌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