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아일릿=뉴진스 아류’?…“닮긴 닮았다” vs “민희진 자의식 과잉”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인 하이브로부터 경영권을 탈취하려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아일릿의 뉴진스 모방’ 문제 제기에 대한 보복이라는 주장을 내놔 물의를 빚고 있다. 주장의 진위를 떠나 같은 소속사 계열 그룹에게 ‘아류’라는 멸칭을 쓴 것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이브 계열인 어도어의 뉴진스(위)와 빌리프랩의 아일릿. 아일릿이 뉴진스를 모방했다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주장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다소 갈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3일 하이브가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음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Copy‧베끼기)한 문제를 제기하니 날 해임하려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 대표는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아일릿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한 방시혁 하이브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모방의 주축으로 지목했다. 그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니 어도어 및 뉴진스가 유사함을 허용하거나 양해했으리라는 반응도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일릿은 데뷔곡 ‘Magnetic’(마그네틱)으로 음원 차트와 TV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휩쓸고, K팝 데뷔곡 사상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 진입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데뷔 시점부터 이른바 ‘이지리스닝’으로 분류되는 노래, 신비로운 10대 감성,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 등이 뉴진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뉴진스의 곡 ‘Attention’(어텐션)과 아일릿의 ‘My World’(마이월드)의 일부 안무가 매우 흡사하다는 점 등이 도마에 올랐다.

 

뉴진스(위)와 아일릿.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같은 소속사에서 비슷한 컨셉의 그룹이 나오는 것은 특이한 일은 아니다. 아일릿과 함께 세상에 갓 나온 YG 소속 그룹 베이비몬스터는 힙합 요소가 가미된 음악과 강인한 콘셉트 등이 소속사 선배 그룹 블랙핑크와 매우 흡사하다. 그럼에도 논란이 되는 것은 베이비몬스터의 경우 선배인 블랙핑크의 계보를 정통으로 이어받았다고 봐도 무방한 반면, 아일릿과 뉴진스의 경우 모체만 같을 뿐 사실상 다른 소속사로, 컨셉이 공유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

 

하지만 청순하고 청량한 10대 콘셉트, 이지리스닝, 거기에 Y2K 감성을 세련되게 가미한 뉴진스의 콘텐츠가 ‘절대 따라해서는 안 되는’ 독보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음악평론가 조은재는 이에 대해 “뉴진스 같은 그룹이 이전에 없었는가 하면 그조차 아니다”며 “뉴진스가 성공할 수록 뉴진스를 벤치마킹하려는 그룹이 많아진 것은 사실 그 자체로 뉴진스의 성과다”고 말했다. 뉴진스를 모방하는 그룹이 많은 것 자체가 뉴진스 콘텐츠의 대중성을 입증한다는 것.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소 갈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아일릿이 뉴진스와 비슷한 콘셉트와 대형으로 찍은 화보들을 나열하며 “솔직히 아류 맞다”, “왜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그룹을 또 냈나 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다르다. 데뷔곡 의상만 해도 정반대”, “민희진의 자의식 과잉“, “중요한 건 민희진이 불법을 저질러놓고 카피 얘기로 물타기를 한다는 거다” 등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어도어·하이브 제공

 

조 평론가는 “민희진이 엄연히 같은 레이블의 아티스트이며 일정 부분 팬덤을 공유하는 타 그룹을 아류라는 멸칭으로 표현하는 것은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가 없는 태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런 공격이 결국 어디로 향해 누구를 해칠 수 있는지, 그간 여러 논란으로부터 뉴진스를 지켜온 민희진 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민 대표가 ‘입장문 발표에 뉴진스 멤버들도 동의했다’며 뉴진스를 앞세워 타 그룹을 ‘카피캣’으로 매도하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 것.

 

아일릿의 컨셉이 실제로는 뉴진스와 다르다는 주장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몽환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음악적 색채, 보컬 구성, 비주일 디렉팅이 하나같이 ‘민희진 류’를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를 기반으로 댄스팝과 플럭앤비(Pluggnb)라는 최신 트렌드를 K팝의 시각으로 해석한 새로운 그룹이라는 의견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 비롯된다’고 했던가. 아일릿과 뉴진스가 ‘어른들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색을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