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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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I 시스템 공개한 날 “월가는 하품했다”

개발자회의 ‘인텔리전스’ 공개
음성비서 ‘시리’에 챗GPT 접목
“혁신적인 서비스 없었다” 평가
시장·업계 냉담… 주가 1.91% 하락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서 구동되는 자사 운영체제(OS)에 오픈AI의 인공지능(AI) 기능을 본격 도입한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 본사에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4를 개최,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 등 올해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 내용을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새 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날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OS에 AI 기능이 탑재되는 것이다. 애플은 자사 기기의 AI 시스템을 ‘애플 인텔리전스’라 소개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텍스트를 요약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사용자가 필요할 때 가장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날 애플은 새로운 아이패드 OS에서 애플 펜슬로 계산식을 넣으면 AI가 알아서 답을 제공하고 그래프를 그려주는 기능, 글을 토대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기능 등을 시연했다. 통화 중에 녹음을 하면 통화자 모두에게 녹음 사실이 자동으로 알려지고, 통화를 마치면 요약본을 생성해 주는 기능도 선보였다.

특히 애플은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음성 AI 비서 ‘시리’에 챗GPT를 접목하기로 했다. 애플 측은 “올해 말 챗GPT-4o가 통합되며, 다른 AI 기능도 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수년 전부터 AI와 머신러닝을 접목해왔으며, 생성형 AI는 이를 더욱 새로운 강력한 차원으로 만들어준다”며 “애플 인텔리전스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애플이 선보인 AI 기능이 삼성전자 ‘갤럭시AI’ 등 경쟁사들이 먼저 선보인 온디바이스 AI에 비해 크게 차별화되거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평가 때문이다. 애플이 오픈AI와 수개월간 AI 협업을 준비했지만 정작 기대 이상의 기술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1시간45분 넘게 진행된 행사에서 챗GPT 관련 내용은 2분 정도 분량에 불과했다.

애플만의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AI 기술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애플은 오픈AI 외에 알파벳(구글)의 제미나이를 도입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장 시작 이후 줄곧 약세를 보였다. 그러다 결국 전날보다 1.91% 하락한 193.12달러로 장을 마쳤다. 로이터통신은 “챗GPT 도입 등 많은 AI 기능에도 월가는 하품했다”는 표현으로 이날의 애플 행사를 평가절하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