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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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집 한 채’ 상속세 내는 현실 개편 검토…“여전히 부자 세금” 반대 여론도

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개편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한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상속세를 내야하는 등 중산층까지 상속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가업상속 세제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상속 체계까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이번 주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의 2차 회의에서 구체적인 상속세 개편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은 집값 상승으로 서울에서 집 한 채를 물려주더라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현실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중산층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시스

상속세 공제한도는 총 10억원(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 최소공제 5억원)으로 이를 넘어서는 재산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11억9957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상당수가 상속세를 내야하는 셈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세제당국까지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안으로는 과표구간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속세는 과표구간별로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 30% △10억~30억 40% △30억원 초과분 50%의 세율이 각각 부과된다. 앞서 세제개편 토론회에서 경희대 박성욱 교수는 10%의 세율의 과표구간을 현재 ‘1억원 이하’에서 ‘15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1997년부터 27년간 유지된 일괄공제 5억원을 10억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정, 세제개편특별위원회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표·공제한도가 물가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변동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상속세 개편 배경으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상속세 인적공제 금액은 1997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었다”면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공제금액을 주기적으로 인상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속세를 중산층에 부담이 되는 세금이라고 규정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상속세 과세자 비율은 2013년 2.22%에서 2022년 4.53%로 소폭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2022년 상속 1000건 중 과세는 45건에 그친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등 각종 감세정책으로 세수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상속세 개편으로 소수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세수만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이슈리포트를 통해 “2022년 상속세 결정세액 19조2603억 중 16조4576억(85.4%)을 상속 규모가 100억 이상인 상속자 338명이 납부했다”면서 “결론적으로 상속세는 소수의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라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