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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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가운 두달 연속 출산율 상승… 희망의 불씨 살려 나가자

팬데믹 때 미룬 결혼 늘어난 영향
'어쩌다’ 아닌 증가세 이어지도록
파격적인 결혼·출산 장려책 펴야

대한민국 소멸까지 걱정했을 국민에게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왔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숫자가 1만945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로, 2015년 11월 이후 8년반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8개월 연속 감소의 길을 걷다가 4월 일시 반등했을 때만 하더라도 긴가민가했으나 잘하면 증가 추세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낳는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 꼴찌 수준인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처럼 반갑기만 하다.

출생아 증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팬데믹 기간에 줄었던 결혼이 늘어난 덕이다. 집합금지 등으로 미뤘다가 2022년 8월 이후 늘어나기 시작한 결혼이 출생아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5월 결혼 건수도 지난해 동월보다 3712건(21.6%) 늘어난 2만923건으로 집계됐다. 4월(24.6%)에 이어 연속 20%대 증가세다. 당분간 출산 증가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너무나 평범한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출생아 증가만으로 인구 감소의 대재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출생아는 여전히 2만명을 밑돈다. 사망자 수는 출생아 수를 웃돌아 5월 인구는 전달에 비해 8999명 자연감소했다.

통계를 더 들여다보면 우리가 갈 길이 보인다. 결혼장려금과 대출이자 지원 같은 결혼 장려책을 편 대구와 대전 등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전시는 지난 1월 이후 결혼한 만 19~39세 초혼 부부에게 500만원(1인당 250만원)의 결혼장려금을 지원하는데 5월 혼인 증가율이 52.7%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젊은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저출산의 ‘월드 챔피언’이라고 규정할 정도로 인구 절벽이 심각하다. 보다 파격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천만원의 현금으로 특정 지역 전입을 유도하는 각개격파식 접근은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주거와 육아, 교육, 경력단절 등에 걸쳐 종합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다행히 요즘 출산장려금뿐 아니라 육아휴직, 교육비 지원 등에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과감히 지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번 출산율 반등을 희망의 불씨로 이어갈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