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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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제안 막혀” 대전시장 발언에… 尹 “이름 나에게 알려라”

역대 최장 3시간 마라톤 토론 벌인 지방협력회의
저출산 대응·지역 맞춤형 외국인 정책 논의

지난 7월25일 오후 5시, 대통령실 행사를 준비한 직원들은 마음을 졸여야했다. 오후 3시에 시작한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종료 예정시간인 2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제7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홍성 충남도청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17개 시·도 지사(서울·경기·대구·경북은 대리참석) 또는 부지사가 모두 참석했다. 저출생과 지방재정 투자심사제도 등 두 가지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오후 3시3분, 윤 대통령이 회의장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국민의례를 거쳐 3시6분, 개회선언과 함께 의사봉을 3번 두드렸다. 윤 대통령은 8분 가량의 모두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오늘 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저출산 대응과 지역 맞춤형 외국인 정책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구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이 당면한 도전 중 가장 큰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25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은 “시도지사님들과 국무위원 모두가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좋은 대안을 찾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모두 발언이 끝난 시간은 오후 3시14분이었다.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날 행사에는 시도지사협의회장인 박형준 부산시장, 16개 시도지사, 시군구청장협의회장,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정부 주요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들도 다수가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제7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회의는 격론을 벌이며 행사장을 뜨겁게 달궜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당초 시도지사별로 3분씩 배정된 발언은 대부분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회의 시간을 고려해 2가지 안건에 골고루 안배됐던 시도지사들도 저출생에 대해 저마다 한마디씩을 보태다 보니 결국 17개 시도지사가 모두 저출생과 관련해 발언했다고 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결혼에 대한 동기 부여 확대가 저출생 대책의 핵심”이라고 했고, 김태흠 충남지사는 “아이를 낳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진다는 슬로건이 나와야 한다”고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도 시도지사의 발언에 대해 “지자체장들이 시행하고 제안한 정책들을 빠지지 말고 검토하라”고 현장 지시를 내렸다. 또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지자체장 및 부지사들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회의가 길어지자 사회자는 시간 관계상 발언을 짧게 해달라는 안내를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편하게 이야기 하시라”며 참석자들의 발언을 계속 독려했다고 한다.

 

특히 대전시장이 “각종 제안이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막히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잘 안되는 것이 있으면 바로 누가 안 된다고 했는지 즉각 나와 정무수석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일정을 분 단위로 짜서 움직이는 대통령 행사가 예정 시간을 1시간 넘겨 진행됐다. 특히 서울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지방에서 진행된 일정인 만큼 이후 이동시간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2022년 1월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는 4개의 안건으로 1시간10분 가량 진행됐다. 이후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부분 2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제7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마친 뒤 도청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회의가 끝나고 충남도청 1층으로 이동해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이어 충남도청 공무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