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형사재판 1심 선고 기일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성남시 개발비리, 대북송금 의혹 등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중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재판은 10월 중에 선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선거법 위반은 벌금 100만원 이상, 위증 교사는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된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그간 정치권은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모드를 견지해왔다. 설령 불만이 있더라도 대부분 “2, 3심에서 무죄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대표 수사와 재판 이후 민주당은 이 같은 관행을 깨고 검사 탄핵과 판사 좌표찍기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해서다. 재판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이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유죄 가능성 자체를 거의 보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국민적인 대분노를 일으키고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는 걸 재판부도 너무나 잘 알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사법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 기세의 문제 아니겠냐”라고 했다. 판결을 예단하고 국민적 저항까지 들먹이고 있다.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반헌법적 발상이자 사법방해 행위 아닌가.
이런 기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송금 재판 때부터 뚜렷해졌다. 이 대표가 공범으로 적시돼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라 판결 결과는 향후 권력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사건”이라고 했다. 법정에서 왜 이런 말을 하나. 지난 6월 1심 재판부가 이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하자 박찬대 원내대표는 “판사도 선출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그러자 ‘개딸’ 등 강성 지지자들은 판사 탄핵 주장을 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판사 선출제와 판·검사 법 왜곡죄를 들먹였다. 판사 선출제는 사법을 정치화해 공정한 재판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판·검사 법 왜곡죄는 판·검사들을 자의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민의 대표들이 나라의 근간인 사법시스템을 이렇게 흔들어도 되나. 합리적 중도층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지경이다.
이뿐만 아니라 ‘회유책’도 꺼내들었다. 김용민 등 의원 21명은 최근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 요건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법안을 냈다. 사법부의 숙원인 ‘법관 임용 자격 완화’를 해주자는 것이다. 같은 내용의 법안이 3년 전 제출됐을 때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반대했다. 이 대표 선고를 앞두고 사법부와의 관계 개선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 대표는 자신의 수사 또는 재판 중인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조계 판단은 다르다. 혐의 대부분은 문재인정부 시절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도 많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위증 교사는 야당 대표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판사조차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지 않았나.
이 대표와 민주당이 왜 이렇게 비상식적이고 무모한 행태를 보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입법 권력을 자의적으로 쓰라고 용인해 준 국민은 없다. 사법의 정치화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초석을 허무는 일이다. 이 대표가 정말 법 앞에 떳떳하다면 사법부를 ‘어르고 달랠’ 이유가 없지 않나.
“법원의 판결에 대한 거친 비난은 판사들의 사명감과 용기를 꺾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달 초 대법관 3명 퇴임식에서 나온 이 말은 사법부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보여 준다. 사법부 독립이 흔들리고 악영향을 받으면 그 대가는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한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법치주의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사법시스템을 더 이상 흔들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