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서울 영등포경찰서, 국방부 조사본부(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국수본 우종수 본부장의 휴대전화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우 본부장 신분이 참고인이란 점을 들어 “참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비상시국에 검·경 갈등이 격화할 조짐마저 엿보이니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국수본 및 조사본부가 계엄 사태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계엄 사태 당일 국수본은 국회의원 등 체포조 인력 지원을 위해 영등포서 형사 10명을 차출했다고 한다. 조사본부의 경우 같은 날 계엄사령부 요청으로 소속 수사관 10명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입장에선 의혹 규명 차원에서 압수수색이 불가피했을 수 있다. 법원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영장을 발부받았을 테니 적법성을 문제삼을 순 없다. 다만 검찰은 국수본과 조사본부도 나란히 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 규명이지 특정 수사기관의 위신 세우기가 아니다. 만에 하나 검찰이 경찰에는 없는 영장 청구권으로 국수본을 겨냥해 ‘힘자랑’을 하려는 의도였다면 지극히 부적절한 처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계엄 사태 이후 검찰, 국수본, 조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일제히 나서 같은 범죄 혐의를 수사하며 온갖 부작용이 빚어졌다. 피의자 신병은 검찰이 확보했는데 정작 관련 물증은 경찰 수중에 있는가 하면 한 사안을 두고서 검찰과 공수처가 비슷한 내용의 영장을 중복 청구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일각에서 ‘전쟁 막바지 전리품 챙기기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겠는가. 뒤늦게 국수본, 조사본부, 공수처가 합동으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리긴 했으나 중구난방 수사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향후 계엄 사태 담당 특별검사팀이 출범하면 수사 주체 문제야 정리가 되겠지만, 그때까지 수사기관들은 과도한 경쟁을 자제함이 옳을 것이다.
공조본은 20일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는 25일 공수처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앞서 18일 조사를 받으라는 1차 출석 요구를 윤 대통령이 거부하자 2차 소환 통보를 한 것이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불응하면 체포영장 청구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더라도 대통령 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 때문에 실제 집행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서류가 아직도 미배달된 상태”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수사는 물론 탄핵심판에도 응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뒤 윤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 법적 책임조차 외면할 작정이 아니라면 스스로 공수처에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