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체제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19일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와 대면 소통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한 권한대행체제의 한국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어제 전화통화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흔들렸던 외교·안보 협력 체제가 정상화 수순을 밟아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계엄령 선포 이후 한·미동맹이 균열 조짐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측과 사전교감 없이 계엄을 선포하자 캠벨 부장관은 ‘위법 행동’, ‘심각한 오판’이라며 대놓고 비판했다. 급기야 미 워싱턴에서 예정됐던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회의와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NCG 도상연습이 전격 취소됐다. 미 국방부 장관의 방한도 연기됐다. 미 백악관은 ‘민주주의가 한·미동맹의 근간’이라며 불신과 배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70년간 쌓아왔던 한·미동맹이 뿌리째 흔들리는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미정부는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에야 한·미동맹과 양국관계를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제는 김 직무대행이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에 참석했고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접견했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핵심 전투·정보수뇌부가 계엄사태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직무에서 배제됐다. 군 지휘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군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계엄에 동원됐던 특수부대에서는 전역을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북한이 탄핵정국과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틈타 대담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 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는지 우려가 크다.
안보 공백을 메우는 게 시급하다. 한 권한대행은 “철통 같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유지해 한치의 안보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권한대행은 한 권한대행에게 국방부 장관을 조속히 임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와 협력해 새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고 군 지휘부도 재정비해야 한다. 한·미 간 긴밀한 안보협력체제를 가동하고 연합훈련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외교 정상화도 다급하다. 다음 달 중 한·미의 외교장관 또는 다른 고위급 당국자들의 방문 외교가 재개될 전망이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차기 정부 출범에 대한 단단한 대비가 절실하다. 당정은 어제 민·관의 대미 네트워크를 보완해 효율적인 접촉을 진행하기로 했다. 북미협상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미리 북핵 문제에 대한 구상과 로드맵을 준비한다고 한다. 동북아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정교하고도 실효성 있는 세부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한 권한대행도 정상외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 뛰어야 한다. 그는 두 차례 총리뿐 아니라 통상교섭본부장·주미대사 등을 지냈고 미 외교가에서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조기에 미국을 방문하거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국회도 정부 외교활동을 초당적으로 지원하는 결의안 등으로 힘을 보태기 바란다.